2000년에 등단한 이래 개성있는 작품을 발표해온 정영 시인의 첫시집. 고통에 가득 찬 삶을 받아들이되 그 비관에 눌리지 않고 세계에 적극 개입하는 목소리를 담은 시 52편을 묶었다. 시인은 세계에 "잘못 배달된" "나"의 존재를 역설적으로 긍정하고, 죽음을 일상적으로 수용해 삶과 분리시키지 않는 동시에, 신 앞에서는 당당하고 거침없이 고해한다. 절제와 폭로를 적절하게 변주하면서 구축한 완성도 높은 시세계는, 산문화된 문장과 소음을 시로 발언하는 최근 젊은 시단에 새로운 개성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또한 사랑과 일상을 잔혹하면서 아름답고, 차가우면서도 뜨겁게 묘사하는 어법은 독자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