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제부터 자신의 삶을 여행에 비유하기 시작했을까
우리는 종종 "인생은 여행"이라고 말한다. 낯선 곳으로 떠나고, 길을 잃고, 다시 돌아오는 경험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자신의 삶을 여행에 비유하기 시작했을까?
약 3천 년 전,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가 그리스 세계에서 처음 노래되었을 때부터다.
오늘날 '오디세이(Odyssey)'는 긴 여정과 모험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낯선 세계를 향한 도전, 끝이 보이지 않는 탐험,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긴 여정을 우리는 '오디세이'라 부른다. 고전 서사시의 제목이 전인류가 사용하는 하나의 언어가 된 것은, 이 작품이 인간의 삶을 가장 오래되고도 가장 깊이 노래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트로이아전쟁을 마친 영웅 오뒷세우스는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바다를 건넌다. 그러나 귀향은 전쟁보다 더 험난하다. 외눈박이 거인 퀴클롭스와 마녀 키르케, 세이렌의 노래, 스퀼라와 카륍디스, 신들의 분노와 거센 폭풍이 끊임없이 그의 길을 막아선다. 그는 수없이 길을 잃고, 수없이 유혹받고, 수없이 실패하면서도 끝내 다시 고향으로 가는 길을 찾아 나아간다.
그러나 『오뒷세이아』가 들려주는 것은 영웅의 모험담이 아니다. 이 작품은 길 위에서 인간이 무엇을 잃고, 무엇을 배우며, 어떻게 자신을 완성해가는지를 묻는다. 바다는 인간이 마주하는 불확실한 세계이고, 귀향은 단순히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아니라 끝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일이다. 그래서 『오뒷세이아』는 가장 오래된 여행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이 스스로를 발견해가는 최초의 위대한 서사시가 되었다.
호메로스는 아무도 인간을 이처럼 깊이 노래하지 않던 시대에 인간을 이야기의 중심에 세운 시인이다. 『일리아스』가 분노를 넘어 연민에 이르는 이야기라면, 『오뒷세이아』는 방황을 넘어 귀향에 이르는 이야기다. 이 두 서사시는 이후 3천 년 동안 문학과 철학, 연극과 미술, 음악과 영화에 이르기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을 낳으며 세계문학의 원형으로 살아남았다.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이 『오디세이』를 영화로 만든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시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지만, 끝내 가장 오래된 이야기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판은 국내 그리스어 원전 번역의 권위자인 천병희 교수가 평생에 걸쳐 다듬어온 번역의 결실이다. 원전의 의미를 충실하게 옮기면서도 오늘의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우리말을 더욱 세심하게 다듬었다. 고전의 품격과 살아 있는 언어의 호흡을 함께 살려낸 이번 번역은 호메로스가 노래한 장대한 세계를 가장 생생한 우리말로 만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 떠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돌아와서야 비로소 그 여행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는 사실만은 3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오뒷세이아』를 읽는다는 것은 가장 오래된 고전을 읽는 일이 아니라, 결국 우리 자신의 여정을 읽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