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후 긴장감 넘치는 언어 표현으로 주목을 받아온 김은정 시인의 첫 시집 『너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는 제목에서 내포하고 있듯이, 그녀의 새로운 문법을 풀어가는 것이 시집을 읽어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겉으로 보이는 형식에서만 그녀의 시가 생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녀의 시에는 전통과 현대가 겹쳐 있고 명확함과 난해함이 교차되어 있다. 쉽게 읽힌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려운 질문을 떠오르게 하는 것이 그녀의 시다. 그만큼 시를 읽는 내내 긴장을 풀지 못한다.
그녀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시공간은 ‘바다’와 ‘저녁’이다. 이 시공간은 함께 어울려 종종 개펄의 노을을 만들어낸다. 굳이 ‘바다’와 ‘저녁’이 등장하지 않는 시에도 노을의 느낌이 배어 있는 경우도 많다. 이 분위기는 그녀의 시가 태어나는 배경을 암시한다. 저녁이라는 시간이 주는 쓸쓸함과 바다라는 공간이 주는 막막함, 그 속에서 삶의 가치를 찾아내려 몸부림치는 것이 바로 그녀의 시이다.
그러면서 저녁 해처럼 낮아질 것을 이야기한다. 뼛속까지 비워서 가벼워질 것을 이야기한다. 가장 낮게 엎드리고, 하나도 남김없이 속을 비운 상태, 그것이 그녀가 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최대의 경지인 것이다. 다시 말해 그녀의 시는 텅 빈 상태로 가장 낮은 곳에 이르고자 하는 자기성찰의 채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유의 배경에는 희생의 대명사인 어머니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그녀의 시에 등장하는 어머니는 속에 피고름이 가득한 여인으로, 식구들을 위해 자신의 처녀성을 포기한 여인으로 등장한다. 가장 낮은 위치에서 자신의 속을 다 비워야 얻을 수 있는 어머니라는 이름, 그녀의 시는 온전한 어머니가 되기 위해 자신을 연마시키는 도구이기도 하다.
쉽지만 또 결코 쉽지 않은 그녀의 시를 읽다보면 이렇듯 삶의 가장 깊은 바닥까지 내려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채움’이 아니라 오히려 ‘비움’을 통해 얻게 되는 삶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