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오이디푸스』와 함께 들뢰즈, 가타리의 시리즈를 이루는『천 개의 고원』이 번역되어 나왔다. 리좀, 전쟁기계, 영토화, 탈영토화, 재영토화,… 서양 철학 세미나나 현대 프랑스 철학 개론서 등에서 이런 개념들을 들어본 독자들이라면 우선 이 책이 반가울 것이다.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쏭달쏭하기만 했던 개념들의 출전을 우리말로 읽어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역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여러 개이지만, 즉 그 폭이 넓기 때문에 한 가지라도 독자가 파고 들어갈 여지가 있는 반면, 실제로 읽어내기에 만만치는 않다. 비교적 읽기 쉬운 대목도 있고, 섣불리 도전했다가 책장을 덮어버리게 될 부분도 있으므로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자기에게 맞는 부분을 찾아 조금씩 정복해 나가라는 것이 역자의 조언이다.
전부 15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각 장마다 음악, 미술, 문학론, 국가론, 정신분석비판 등 그야말로 철학, 과학, 예술의 모든 분야가 총망라되어 있다. 푸코를 신뢰하는 독자라면 "언젠가 21세기는 들뢰즈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는 그의 말을 믿고 한번 도전해 보자. '천 개의 고원 중 내가 오를 수 있는 고원은 몇 개나 될까?'라는 자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