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자의 역사는 그 기원이 동서양 모두 4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서양의 스파이 역사가 16세기 내지 17세기에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면, 중국은 그보다 2천 년 이상 앞선 전국시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첩자의 경우는 기원 전후로 시작되어 7세기, 삼국시대에 절정에 이르렀다. 절정기로만 따져도 서양에 비해 1천 년 가까이 앞선다. 그러나 이제껏 우리는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훌륭한 장수들에 대한 기록만 재생산해왔을 뿐 그들의 배후에서 한 국가의 흥망, 나아가서는 국제정세의 판도까지 변화시킨 첩자들의 역사는 다룬 적이 없다. 첩자 활동의 은밀성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명분을 중시했던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면서 첩자들의 내밀한 활동을 경시했던 것이다.
이 책은 역사의 조연으로만 여겨졌던 첩자를 새롭게 조명한다. 첩보술의 대가였던 김유신, 스스로 첩자가 되어 적진에 뛰어든 을지문덕, 우리 역사 속 최초의 부부 첩자 호동 왕자와 낙랑 공주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들을 첩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또한 적장의 불륜에 관한 정보를 입수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비수를 식기에 숨겨 적장을 암살하는 등 기발하고 다양한 고대 첩자들의 첩보술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