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하나를 잃는 사건이야 말로 한 개인에게는 큰 재앙이며, 올리버 색스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다. 그런데 그뿐일까? 유창한 달변가이자, 탁월한 이야기꾼인 올리버 색스는 이 사건을 통해 신경과의사이면서 환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즉, 지금까지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했다면, 이 책에서 그는 의사의 허락이 있어야만 걸을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는 환자가 된다. 병원 시스템의 완고함, 환자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의료진, 자신의 의지와 능력을 축소시키는 수동적 입장의 환자 지위 등을 시적이고 철학적인 표현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병상 일기이면서도, 인간이면 누구나 한 번쯤 앓는 질병에 대한 성찰과 환자가 되면서 겪는 경험을 농밀한 시적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화성의 인류학자』, 『소생』 등 올리버 색스의 저작들이 시각인식 불능증, 기억상실증, 신경매독, 위치감각 상실, 투렛증후군, 자폐증 등 신경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것인 반면, 이 책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임상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