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 옆에 “The Inn Unlimited"를 붙여 ‘무진장’이 단순하게 많다는 의미가 아닌, 여관 이름임을 드러내고 있는 이 소설은 그 중의성을 소설 안으로 들어가면, 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표제작 ‘무진장’의 두 남녀는 서로 ‘무진장’ 사랑한다. 그리고 그 사랑을 ‘무진장’이라는 여관에서 표현하고 있다. ‘무진장’이라는 단어는 이들이 하는 사랑의 방법과 장소, 질과 양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변기로 변한다는 결말은 작가가 사랑이라는 보편의 화두를 다시금 우격다짐 식으로 엽기스럽게, 하지만 고개 끄덕여지게 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른 단편들에서는 거짓 주석 속의 세계가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로 확대되었고, 하루키의 서문을 또 한 번 패러디해 더 천연덕스럽게 독자 앞에 내놓는다. 물론 작품들끼리 묶어놓는 상호텍스트적인 작품 성격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변태와 엽기 그리고 유머를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한 공상이 아닌, 현실 속의 사랑을 재조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