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는 인류가 첫 발걸음을 뗀 6백만 년 전의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디뎌온 ‘걷기’의 궤적을 좇아, 인간과 세상이 ‘걷기’를 통해 무엇을 소통하고 나누고 이루어왔는지를 순례자의 걸음으로 촘촘하게 담아낸 책이다.
생각을 자극하고, 실존에 대한 행복감과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는 ‘걷기’의 가치와 소중함은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긴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고 했던 장 자크 루소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다비드 르 브르통, 키르케고르, 니체의 걷기 예찬론까지 내세우지 않더라도 이미 우리의 ‘발’과 ‘머리’와 ‘가슴’이 습득하고 체화한 것이다. 역사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조지프 A. 아마토의 『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는 인류가 습득하고 체화해온, 소박하지만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실존적인 인류의 ‘걷기’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지, 그 역사의 장면들을 깊이 있는 통찰로 담아낸 책이다.
장구한 세월 속에서 인류는 비언어이지만, 가장 실존적이고도 명료한 소통의 언어인 ‘걷기’를 통해 타인과 세상을 향해 ‘나’와 ‘우리’의 존재를 피력해왔다. 저자는 바로 이 “걷기는 말하기다”라는 테마를 한 두름에 꿰어, 걷기의 역사를 다양한 자료와 광범위한 지식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펼쳐 보여주고 있다.
‘걷기’는 때로는 세상과 대화하고 자아를 충만케 하는 사유와 안정의 기재로, 때로는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기재로 제 역사를 다시 써오기를 계속해왔다. 우뚝 일어서 걸어간 원시 인류의 직립보행에서 시작한 걷기 역사의 족적은, ‘걸어서’ 대제국을 건설한 고대 로마와 ‘걸음걸이’에 지위와 힘을 불어넣은 귀족들의 중세를 거쳐, 탈것을 거부한 낭만주의자들, 위험을 무릅쓰고 세상 끝까지 걸어간 탐험가들, 혁명의 시대에 걸어서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간 군중들, 전체주의 사회의 행진하는 군대들, 현대 도시의 쇼핑객과 여행자, 바쁜 보행자들까지 숨 가쁘게 달려간다.
현대에 이르러 걷기는 필수가 아닌 선택처럼 되어버렸지만, 오늘날에도 걷기는 체제에 항의하는 수단으로서 대단히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우리는 걷기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세상을 음미하며, 자신을 세계를 향해 열어놓음으로써 직접 피부로 와 닿는 충만함을 느끼곤 한다. 이 책은 세상과 자아, 그리고 육체라는 트라이앵글이 만드는 소리 없는 대화이자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표현 수단으로서의 ‘걷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를 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