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나라에서 와인은 더 이상 부유한 사람들만 즐기는 술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 입맛에는 막걸리가 더 낫지”라며 막걸리와 와인을 어설프게 비교하지 않는다. 또한 “나한테는 전부 그맛이 그맛이야”라는 말 대신, “아, 전에 마신 것과 지금 것은 묘하게 다르네, 묵직하게 다가오는 걸…” 등의 말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는 와인을 한결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지만, 와인바의 와인 리스트 앞에서, 와인샵이나 마트의 와인 코너에서 줄지어 늘어선 와인병 앞에서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감을 잃곤 한다.
이 책의 저자 사이먼 우즈는 이런 우리에게 와인에 대한 자신감을 주고자 한다. 그리고 무궁무진한 와인 세계에 가벼운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 와인과 관련해서 가장 흥분되는 것 중의 하나는 그 어마어마한 다양성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부담 없이 와인과 친해질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사실 꽤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불어, 이탈리아어, 영어가 꼬부랑대는 와인병 라벨을 대할 때부터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기존의 와인 안내서들은 와인을 여전히 고고하고 도도한 위치에 두는 경향이 있어왔다. 물론 드넓은 와인의 세계에는 그런 대접을 받을 만한 와인이 분명 존재하지만, 무작정 모든 와인을 가까이할 수 없는 어려운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점심, 저녁 식사에 하우스 와인 한 잔을 물처럼 옆에 두고 마시는 유럽인들처럼 편하게 와인을 대할 수 있으면 된다.
그래서 저자는 너무 전문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겉핥기식도 아닌 수준의, 와인을 즐기기에 유용한 정보와 지식을 위트와 유머가 서린 말솜씨로 전해주고 있다. 편안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와인 한 병을 앞에 두고, 눈과 코와 입과 몸 전체로 그것을 음미하며 허물없는 친구와 대화하듯 저자는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어간다. 백과사전식 딱딱한 설명이 아니고, 젠체하는 와인 전문가의 권위적인 해설은 더욱 아니기에, 와인에 대한 긴장감이 누그러지며 와인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간간이 농담이 섞여 있으며 가볍고 장난스런 말투지만 그 전하는 내용은 매우 알차다. 포도의 품종과 와인 생산지, 가격에서부터 악덕 상인을 알아보는 법, 와인 보관법, 레스토랑에서 바가지 안 쓰는 법 등 작은 책 안은 꼭 필요한 정보들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