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의 박식함, 어슐러 K. 르귄의 상상력, 테리 프래쳇의 위트가 한 자리에!
2006년 여름 문화계 최대의 이슈로 떠올랐던 영화 『괴물』을 두고 뒷이야기가 천차만별이다. 여름시장을 겨냥한 공포영화라는 관점에서부터 가슴 훈훈한 가족드라마, 심지어는 이데올로기를 숨긴 반미영화라는 견해까지 나왔다. 이처럼 트렌드를 리드하는 히트상품들은 대부분 정체성 논쟁이 뜨겁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대중은 먼저 느끼고 열광할 뿐, 깨진 틀을 기준으로 재해석하고 새 틀을 짜는 것은 평론가의 몫으로 남는 것이다.
재스퍼 포드의 『카르데니오 납치사건』 역시 그런 성격의 작품이다. 시리즈의 첫 편인 『제인 에어 납치사건』이 세상에 나왔을 때 독자들은 흥분했지만, 평론가와 서점은 도대체 어떤 장르로 분류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SF? 판타지? 대체역사? 코미디? 컬트? 이제 그런 논쟁은 큰 의미가 없어졌다. 확실한 것은 이렇게 기존의 틀에 끼워맞추기 어려운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글쓰기(혹자는 이런 작품을 ‘Slipstream=경계소설’이라 부르기도 한다)가 점점 주목을 받고, 이 흐름이 단순한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카르데니오 납치사건』은 1980년대 영국(그러나 우리가 아는 역사적 현실과는 전혀 다른)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영국과 러시아는 백 년이 넘게 크림전쟁을 계속하는 중이고, 사람들은 월드컵과 온라인게임 대신 문학에 열광한다. 부모들은 대문호의 이름을 따 아이의 이름을 짓고, 고전의 희귀 초판본은 세기적 절도의 대상이 된다. 이처럼 문학이 문화의 으뜸가는 코드가 되다 보니, 문학 관련 범죄만 따로 조사하는 부서(리테라텍)이 생긴다. 주인공 서즈데이 넥스트는 바로 이 문학조사과의 특수작전요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