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세계의문학』으로 데뷔한 이후 근 이십년간 고집스럽고 묵묵하게 시 쓰기를 계속해온 장옥관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세 번째 시집 『하늘 연못』이 2003년에 나왔으니까 햇수로 3년 만인데 그 시간이 30년이었나 싶을 만큼 빠르고 깊이 묵은 시들이 퍽이나 향기롭고 구수하다. 그럼에도 손사래를 치듯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과 말 사이에서 호흡을 고르는 중이라는 시인 장옥관이다.
58편의 시가 총 4부로 나뉘어 있는 이번 시집의 제목은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이다.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라니… 표제작의 내용도 그렇거니와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기저에는 그 끝을 헤아릴 수 없는 거대한 원이 들어차 있다. 이는 우주의 섭리라 할 수 있는 어떤 순환의 고리, 맥 같은 것인데 그 안에서 세상 모든 만물은 각각의 다양한 가면을 쓰고 있으나 얼굴은 하나인, 말하자면 존재의 원형 같은 것으로 목하 연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