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과 『달의 제단』(제6회 무영문학상 수상작) 단 두 작품으로 평단과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자신의 독보적인 자리를 마련해온 작가 심윤경의 신작 장편.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을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독특한 이야기로 빚어내는 그만의 매력이 돋보인다.
“나는 이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입니다.”
소설은 이진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스스로가 밝히는 대로, 그녀는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이며 그것만이 존재의 전부인 사람이다. 그녀는 원한 맺힌 죽은 이들이 아닌 생령(生靈)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 그러하냐는 질문은 소용이 없다. 그녀는 기억할 수 없이 어릴 때부터 영혼들을 보기 시작했고, 본성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쓰게 되었다.
그녀가 하는 일처럼, 그녀 역시 신비하기 이를 데 없다. 영혼을 기록하는 일 외에 다른 현실적인 일에는 철저하게 무심하고 무력하지만, 그녀는 빙하에서 솟아오른 듯한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왕족의 피를 이어받은 여인이다. 그런 그녀를, 한 남자가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