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무대, 중앙아시아 역사 현장에 주목하다
일명 ‘비단길’이라는 뜻의 ‘실크로드’는 단지 비단 교역로서만이 아니라, 동과 서의 문명교류 통로라는 의미로 확대되어 왔다. 실크로드 연구는 문명교류사 위주로 전개되었고, 동쪽의 문명과 서쪽의 문명이 어떻게 만나고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의 거시적 측면에 치우쳐 왔다. 즉 동서문명의 ‘가교’라는 측면이 강조되었고, 실크로드를 통해서 어떤 인물이 이동했고, 어떤 물자가 전달되었으며, 어떤 종교나 사상이 전파되었는지에 대한 연구가 주류를 이뤄왔다. 정작 문명교류의 무대이자 주요 변수였던 중앙아시아 역사 현장에 대한 연구는 밀려나 있었다.
중앙아시아 지역을 지배하거나 거쳐 간 국가와 민족의 수는 무수하며, 중앙아시아 지역의 역사에는 그 자취가 아로새겨져 있다. 문명교류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역사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고, 또 중앙아시아 지역은 단지 문명교류가 지나쳐 가는 경유지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문명교류를 매개하고 그 양상을 규정하는 주요 변수이기도 했다. 『실크로드의 삶과 종교』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중앙아시아 역사 현장에 대해 밀착한 연구들을 싣고 있으며, 문명교류의 양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줄 뿐 아니라, 다양한 차원에서 이뤄진 교류가 만들어낸 중앙아시아 지역의 고유한 역사를 보여준다.
중앙아시아학회 10년의 성과물
한국에서 중앙아시아 연구는 일제시대 입수된 오타니 컬렉션과 삼국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중앙아시아 유물을 토대로 시작되었고, 1990년대에 현지 답사가 이뤄지면서 본격화되었다. 1993년 발족된 중앙아시아연구회를 발전시켜 1996년에 창립된 중앙아시아학회는 역사, 언어, 고고미술, 복식 등의 각기 다른 분과의 연구자들 200여 명이 모여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실크로드의 삶과 종교』는 10년 학회 활동을 중간 결산하는 것이자, 현재 중앙아시아 연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성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