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 일본의 주요 도시를 둘러보고 한일 문화교류사를 밝힌 역사기행문이자, 일본 문화유산 기행서이다. 저자는 우리가 한번쯤 들어보았음직한 유서 깊은 도시들의 역사와 유적을 소개하며, 가장 서구화되었으면서 서구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일본 문화의 실체를 벗겨내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일본의 여러 도시를 둘러보면서, 우리와 서로 닮은 꼴이지만 다른 일본문화 기행을 맛볼 수 있다.
길게 늘어선 일본 열도는 아열대에 속하는 오키나와부터 한대에 속하는 홋카이도까지 다양한 기후대를 가지고 있으며, 자연히 언어나 민족 구성원도 다양하다. 또한 많은 불교 문화재와 절경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벽에 금칠을 한 킨카쿠지金閣寺와 겨울이 되어 하얀 눈이 내리면 은칠을 한 것처럼 보이는 긴카쿠지銀閣寺, 안팎의 대조적인 아름다움으로 본당의 복도까지 국보로 지정되어 있는 즈이간지瑞巖寺 등은 삭막한 도시에서 편안한 휴식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용궁을 재현하여 지은 이쓰쿠시마 신사,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의 군부를 이끌었던 '전범(戰犯)'들의 위패가 모여 있는 야스쿠니 신사 등 각 도시의 신사와 절, 성으로 대변되는 유적들은 그 도시의 기원과 정치, 문화적 내력을 말해준다.
한편, 교토 고류지廣隆寺에 있는 국보 1호인 미륵반가사유상을 비롯하여 우에노 공원 한켠에 놓여 있는 백제의 왕인 박사 기념비, 교토의 도시샤 대학 한귀퉁이에 세워져 있는 윤동주 시비,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떨어졌을 때 죽은 한국인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위령비 등 수많은 유물, 유적들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얼마나 깊은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도 알 수 있다. 일본이 한국의 문물을 수용하여 어떻게 꽃피웠는지를 비교해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국내에서의 패권주의가 밖으로 향할 때 늘 침략의 희생양은 이웃 나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일 양국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이 항존한다. 여기에 우리의 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이 고대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겹치면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의 모습은 더욱 혼란스러워진다. 우리는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한 첨단 기술에는 탄복을 아끼지 않으며 일본의 문화를 끊임없이 수용하지만, 독도나 정신대 문제를 비롯해 최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편찬에 대한 대응처럼 강한 거부감도 느낄 수밖에 없다.
책임 있는 일본 지도자들이 망언을 되풀이하여 우리를 분노케 하지만 지정학적 관계나 오늘날 세계적 추세에 비추어 일본은 우리에게 경계의 대상인 동시에 공동 번영을 위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될 나라이다. 외국인들이 보기엔 서로 닮은 꼴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심적·물적으로 서로 다른 배경을 갖고 자국의 독특한 문화를 가꾸어 왔다. 발전적 미래를 위해 두 나라는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청산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사고와 행동이 어디에서 유래했는가를 이해하고 비교해 보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