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유토피아를 꿈꾼다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사상가들 중 한 명이자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의 [전설의 땅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미의 역사], [추의 역사], 그리고 [궁극의 리스트]를 잇는 에코 앤솔로지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에덴동산, 아틀란티스, 엘도라도, 성배의 이동 경로, 지구의 내부, 그리고 런던 베이커 가의 셜록 홈즈 탐정 사무소까지, 이 책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전설 속 땅과 장소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한 편의 여행기다. 이전 저작들을 통해 박식한 미학자이자 목록 마니아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던 에코는 이 책에서 노련한 투어가이드가 되어 상상 속 땅과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기묘한 관습을 독자들 앞에 소환한다.
여기서 소개되는 장소들은 저마다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느 시대, 어느 곳에 존재했다고 여겨지든 간에 각각의 장소는 인류 문화의 역사에서 믿음의 흐름을 만들어 왔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믿음의 원천과 환상의 실체를 파헤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에코는 비록 이제는 사라져 버린, 혹은 결코 존재한 적이 없는 땅이지만, 그 장소들과 관련되어 파생된 이야기들이 여전히 현실에서 명징한 모습으로 살아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집중한다. 그것은 현재까지도 그 속에서 이어져 오고 있는 인간의 욕망과 인류의 세계관, 동시대인들의 시대정신이 전설의 땅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수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기나긴 여행임에도 불구하고 책에 실린 300여 개의 아름다운 삽화들은 독자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오래전 사라져 버렸거나 우리가 직접 찾아갈 수 없는 장소에 생생한 현실감을 부여하는 화려한 이미지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장소]가 표시된 일종의 지도로써 여행의 묘미를 한층 배가시킬 것이다. 에코는 예의 화려한 언변과 전방위적 지식, 그리고 가장 무르익은 통찰과 세련된 화법으로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상상 속 [유토피아]를 마술처럼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