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는 두번째 여정
서양문화의 논리가 깊이 스며든 한국의 공연예술계를 각성하여 21세기 진정한 우리의 것을 찾기 위해 기획된 ‘한극(韓劇)의 원형(原形)을 찾아서’ 시리즈의 두번째 권이 출간되었다. 이번 주제는 무속신앙, 민속신앙에 긴밀히 접합되어 한국인의 사고와 생활양식, 생사관(生死觀)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불교의례’이다.
이 시리즈는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 산하 샤마니카연구회에서 2010년부터 진행해 온 ‘샤마니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리 문화의 뿌리를 찾아 그것을 기반으로 한 창작행위를 하고 나아가 그러한 창작물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데 궁극의 목적이 있다. 즉 다른 문화를 답습하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닌 우리 공연예술의 원형을 제대로 찾아 가치있는 우리만의 현대 공연예술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시리즈로 출간되는 책들은 그러한 목적을 향한 토대이자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문화의 시원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 문화의 뿌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샤먼 문화’의 세계관, 우주관, 시공간관, 색채관, 복식, 의례 등을 살펴본 첫번째 권에 이어, 이번에는 ‘불교의례’의 역사와 음악, 미술, 연극적 요소를 공연예술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각의 주제에 따라 선보이는 밀도있는 연구는 그 자체로도 기록적 가치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공연예술 창작의 꽃을 피우는 데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 연구교수이기도 한 불교민속연구소 구미래(具美來) 소장은 서설에서 이러한 불교의례의 공연예술적 특성에 관해 설명한다.
“불교의례에는 승려의 염송(念誦)만으로 행하는 일상 수행의 성격을 지닌 것이 있는가 하면, 연등회(燃燈會), 팔관회(八關會), 영산재(靈山齋), 수륙재(水陸齋), 예수재(預修齋) 등과 같이 종합예술적 성격을 띤 것이 있다. (…) 불교의례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중요무형문화재가 된 영산재의 경우, 범패, 장엄(莊嚴), 작법무(作法舞)로 구분하여 전승자를 둔 다음 통합 지정되었다. 불교의례로서 영산재의 가장 중요한 전승 맥락을 범패와 장엄과 작법무에 둔 것인데, 이들 세 요소는 각기 노래, 무대 장치, 춤에 해당한다. 노래와 무대 장치와 춤은 공연예술의 핵심으로, 불교의례는 공연예술의 형식을 빌려 불교의 관념적 측면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연예술의 구성 요소는 영산재, 수륙재 등 불교의례의 구성 요소에 그대로 적용된다.”
그는 불교의례 중 영산재, 수륙재, 예수재 등과 같은 대규모 천도재(薦度齋)의 종합예술적 성격을 분석하고, 공연예술과 불교의례의 세부 구성 요소를 중심으로 둘의 공통점을 면밀히 살핀다. 자칫 전문 분야에 관한 개별적 지식으로 국한하여 읽힐 수 있는 열세 편의 논문은 서설을 통해 하나의 줄기로 모여,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확장된 시각으로 관련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의 양혜숙(梁惠淑) 이사장은 서문에서, 공연예술과 전통문화의 학문적 접목과 융합이라는 과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한편, 이것이 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살리는 패러다임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임을 강조한다. 학제 간의 벽을 넘나드는 이러한 작업들은 우리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경쟁력있게 만들며 인접 학문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한편, 제1권 ‘샤먼 문화’, 제2권 ‘불교의례’에 이어 ‘궁중의례’가 세번째 권으로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