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유신이 덮어 버린 일본 근대의 참모습
메이지 시대(1868~1912년)는 오늘날 일본의 모양새를 결정한 시기였다. 오쿠보 도시미치, 이토 히로부미, 이와쿠라 도모미 같은 정치 엘리트와 후쿠자와 유키치, 가토 히로유키를 비롯한 계몽 지식인들은 메이지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그렇지만 메이지유신의 서구식 근대화와 문명개화, 부국강병 정책이 이 시대의 전부는 아니었다.
이 책의 지은이 이로카와 다이키치는 ‘메이지 문화’ 속의 근대적인 요소를 ① 민주주의, ② 자아의식과 개인주의, ③ 자본주의, ④ 내셔널리즘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파악한다. 이 시대에 자유민권운동이 좌절되고 민중 생활의 리듬이 뿌리 뽑히면서 민주주의와 개인주의는 억압되고 자본주의와 내셔널리즘이 왜곡되고 만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천황제 이데올로기와 ‘국체’(國體) 관념이 근대 일본을 지배하게 되었다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런 메이지 시대 이미지에 가려진 일본 근대의 참모습을 드러내고 밑바닥 세계에서 근대를 향해 꿈틀대는 에너지를 밝혀낸 점이다. 지은이는 “일부 이데올로기론자와 같이 문화를 단순히 계급 지배의 도구로 단정하는 입장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역사학과 마루야마 마사오로 대표되는 ‘근대주의’를 비판하며 전후 일본 민중사 연구의 흐름을 만들어 낸 신호탄이 되었다. 역사 속에 살아간 인간의 운명과 상처를 입으면서도 온 힘을 다해 살아 나간 ‘문자 없는’ 민중의 정신세계를 그려 낸 점에서 아날학파의 ‘심성사’나 탈식민주의 ‘서발턴 연구’와도 문제의식이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