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이라는 감각의 공명
외면을 바탕으로 내면을 그려낸 스케치
송재학 시인의 아홉번째 시집 『검은색』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됐다. 『푸른빛과 싸우다』(문학과지성사, 1994)에서 시작된 ‘풍경’에 대한 시인의 관심은 이번 시집에서도 과감하게 드러난다. 풍경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활용되는 색깔, 소리, 빛 등의 다양한 감각들은 송재학이라는 통로를 거쳐 시문으로 씌어지고, 복잡하게 얽힌 심상들은 마치 하나의 문장처럼 출력된다.
세계의 외면이 그 내면과 일치한다는 시인의 생각을 고려해봤을 때 감각기관을 통한 외면의 인지는 당연한 귀결로 볼 수 있다. 시 「흰색과 분홍의 차이」(『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민음사, 1997)를 시작으로 그는 감각 중에서도 색채에 관해 꾸준히 말해왔다. 송재학의 시 세계에서 색깔은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검은색”이라는 가장 깊은 색에 대한 사유로 시집을 채우고 있다. 색채를 다루는 시인의 뛰어난 언어적 감각이 검은색이라는 모호하고 상징적인 색을 만나 역설적으로 다채로운 색을 빚어낸다. 모든 빛깔(감각)을 겹겹이 쌓았을 때 드러나는 색, 검은색. 검은 묵을 묻힌 검은 붓으로 씌어진 시들이 시집 『검은색』을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