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혼돈이 가득한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홍일표 시인의 신작 시집 『밀서』(문예중앙시선 40)가 문예중앙에서 출간됐다. 그는 이전 시집 『매혹의 지도』(문예중앙, 2012)에서, 눈앞에 보이는 대상과 그 대상에서 촉발된 상상 속 ‘이면의 무늬’를 시 속에 부려놓으며, 감각과 수사와 서정이 경계 없이 펼쳐지는 ‘매혹의 지도’를 펼쳐 보였다. 그의 시가 “손으로 잡아챈 명료가 아니라 손가락 끝으로 가리킨 신비”(권혁웅 시인)라고 말하는 데에는 “우리가 만나보지 않은, 건드려보지 않은, 느껴보지 않은, 아직 탄생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에 그의 촉수가 가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고, 그는 그곳에서 온갖 금기를 깨고 만나는, 전율과 매혹의 시적 모험을 끊임없이 걸어 나가고 있다.
홍일표 시인은 3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시집 『밀서』에서도, 세상의 존재들에 대해 고유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시간과 대상, 존재와 자아를 빨아들이는 저 ‘검은’ 공간,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는, 외롭고 쓸쓸한 고투를 펼쳐나간다. “사물의 지루한 정면을 부수어 강을 건너고 산을 넘는”(「새」), 그곳에는 비록 “벼락과 질풍노도가 있으며, 광기와 혼돈이” 가득할지라도, 시인은 그가 고안해내는 특유의 시적 발화로써 저 깊고 낯선 공간, 광막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하여 저 광막한 미지의 영역으로의 여행은 “존재와 시간을 달리 보려는, 시라는 이름의 또 다른 희망이며, 존재의 이유를 죽음의 내부에서 찾아 나선 한 시인이, 이 세계와 자연을 주시하면서 고안해낸 고유한 실존의 색깔”(조재룡 문학평론가)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