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 인구 2천200만명, 면적 23만 제곱 킬로미터, 공용어는 루마니아어, 종교는 루마니아 정교가 압도적, FIFA 랭킹 9위. 우리가 아는 루마니아 단어 - 부카레슈티, 차우세스쿠, 에미네스쿠, 코마네치, 하지 등 몇 개 되지 않음.
6년 전, 『인샬라』로 독자들을 열사의 사막으로 데려갔던 권현숙이 이번에 낯선 루마니아로 우릴 안내한다. 『인샬라』의 배경이 작렬하는 태양광과 선명한 노란색 모래라면, 이 책의 배경은 푸른색이 옅게 밴 동유럽의 햇살과 탱고다. 이처럼 전세계를 오가는, 또 우리의 관심 밖에 있던 세계를 소설 안으로 끌어온 소설가는 우리 나라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두 권의 소설로 벌써 '권현숙표' 소설의 가능성이 보인다.
이 소설은 실화에 바탕했다고 한다. 배경은 바뀌었지만, 권현숙의 관심사는 변하지 않았다. 그건 '사랑'이다. 『인샬라』에서 보여준 남쪽과 북쪽 남녀의 사랑만큼이나 루마니아의 연인들 역시 쉽지 않은 사랑에 빠진다. 한국전쟁 후 3천여 명의 북한 전쟁고아들이 사회주의 형제국 루마니아에 맡겨진다. 김명준은 그 고아들을 인솔하고 루마니아에 온 한국인 교사이며, 마리아 에네스쿠는 한국인 학교에 갓 부임한 초보교사다. 김명준에게 서울은 마리아에게 쎄울, 개성은 캐쏭, 평양은 뻬난, 신의주는 씨니주다. 사랑은 커녕 의사소통하기도 힘든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어떻게 40년 후, 권현숙은 부카레슈티 한국어 강좌에서 마리아를 만날 수 있었을까? 미리 알려는 건 금물. 책을 펼치면, 경의선을 지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달려서 오벨리스크를 넘어 발칸반도의 도나우강변까지 단 한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