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이 있다고 모두 한국인인 것은 아니다. 김소월의 , 한용운의 그리고 서정주의 쯤은 알아야, 그때서야 한국인이다. 그만큼 서정주의 시, 특히 는 한국인의 애송시이다. 하지만, 서정주 사후 그의 시를 재평가하려는 시도들이 늘고 있다. '시의 정부', '시인 부락의 촌장', '부족 방언의 마술사', '종천순일파', '줏대 없는 시인' 등의 표현은 한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극명하게 갈린다.
이 책은 이런 서정주 재평가 가운데에서도 독창적이며 새롭다. 이 책은 애초에 디지털 창비 게시판에 9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글이다. 연재 당시에도 많은 호응과 반박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김환희는 '국화'가 천황, 나아가서 일본제국주의의 상징인 것을 지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런 주장이 서정주의 국화가 보이는 탈전통성, 신화의 세계를 시로 끌어와 사용하곤 했던 서정주의 시풍, 시대 변화에 재빠르게 변신하곤 했던 서정주의 처세와 맞물려 설득력을 얻는다.
이 주장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반론이 많은 만큼 이 주장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 먼저, 시인 서정주에 대한 평가의 폭을 넓혔다. 서정주의 대표작인 까지 그의 친일과 연관지어 해석하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또, 이 서정주 비판과 토론이 모두 인터넷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다. 물론 김환희는 문학비평가로서 경력을 지닌 사람이지만, 이 논쟁을 통해 문학비평이 단지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서정주 다시 읽기를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또 를 애송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