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철학자 들뢰즈, 베이컨을 만나다
이번에는 프랑스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 거기에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909~1992)을 짝지었다. 경험론 철학자 베이컨과 동명이며 2013년 [루치안 프로이트의 초상을 위한 세 연구]로 미술작품 경매 최고가를 갈아치운(2013년 피카소 [알제의 여인들]에 의해 깨짐) 바로 그 화가다.
우리 시대의 전방위 인문학자 박정자 얘기다. 철학자 사르트르 푸코 데리다 보드리야르, 작가로 고흐 마네 마그리트, 문학으로 로빈슨 크루소 등등을 종횡무진 엮어 온 왕성한 필력의 저자가, 이번에는 ‘감각의 철학자’ 들뢰즈와 ‘고깃덩어리의 화가’ 베이컨을 ‘햅틱(Haptic)’이라는 키워드로 한데 엮어 선보인다. 부제 ‘들뢰즈의 감각으로 베이컨의 그림 읽기’부터 중의적이다. ‘들뢰즈의 감각으로’ 저자가 베이컨의 그림을 읽는 것이기도 하고, 동시에 들뢰즈의 ‘감각으로 베이컨의 그림 읽기’를 엿보는 것이기도 하다.
들뢰즈와 베이컨은 생전에 딱 한 번 만났다. 들뢰즈가 그의 베이컨론(論)인 [프랜시스 베이컨: 감각의 논리](1981)를 탈고하기 직전이다. 감각으로 베이컨 그림을 더듬어 나가는 여정의 모델을 이미 들뢰즈가 제시한 셈이니 박정자의 [눈, 손, 햅틱]은 어찌 보면 그에 대한 오마주이지만, 동시에 들뢰즈도 미처 살아 보지 못한 햅틱 세상을 사는 저자가 처음부터 다시 쓰는 베이컨론이기도 하다. ‘감각(sensation)’은 회화뿐 아니라 영화를 거쳐 예술 일반과 생활로까지 나아가는 들뢰즈 철학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이므로, 감각으로 베이컨을 읽는 경험은 곧 들뢰즈 철학을 실전에 적용해 보는 좋은 연습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