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간다는 일은 왜 이다지도 쓸쓸하다는 말이냐.
비루함과는 다른 의미에서의 덧없음이란 말이다.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 이토록 애매한 그것을 우리는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2002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이래 『악어』『공손한 손』『사슴공원에서』 이 세 권의 시집을 펴냈던 시인 고영민이 신작을 선보인다. ‘구구’라는 제목으로 ‘구구’라는 이름으로. 시집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시인이 제 마음을 투영해낸 한 문장으로 이 글을 시작한 데는 마치 바지가 무릎에 걸린 듯한 그 엉거주춤, 그 어찌할 바 모르겠는 우리들 저마다의 사연들이 이 어정쩡함에 속해 있지 않을까 해서다. 생각해보라. 세상에 태어났다는 명백한 사실. 그리고 우리 모두 죽을 거라는 명징한 사실 가운데 지금 살아 있는 우리들이 놓여 있지 않은가. 태어나자마자 말로 제 삶의 시작을 카운트할 수 있는 이가 없듯 죽어가면서 말로 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이도 없다. 구구, 마치 비둘기가 모이를 쪼듯 구구, 뒤로 풀어야 할 절절한 사연이 있음에도 그 뒷말을 지운 듯한 말 줄임의 구구…… 또 한편 달달한 아이스크림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한 이 구구가 이토록 씁쓸하게, 더불어 슬프게 들리는 이 느낌은 아마도 입이 있어도 할 말을 다 못 하고 사는, 살 수밖에 없는 우리네 인생의 이름표로도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이지 산다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든 일일까. 입도 제대로 뻥긋하지 못할 만큼 왜 이토록 고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