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여, 1999년 장편 『기대어 앉은 오후』로 제4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을 수상했던 젊은 작가 이신조의 단편소설집이다. 표제작인 은 전성기를 지난 여배우의 하루와 회상을 통해 여성과 현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점의 충돌이다. 표제작의 화자는 검정 그물 스타킹이다. 그렇게 보면 제목은 이 아니라 '나는 검정 그물 스타킹'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굳이 '나의 검정 그물 스타킹'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그래서 여배우와 스타킹, 그리고 작가의 시선은 묘하게 뒤섞인다. 검정 그물 스타킹이 말하는 동시에 '내'가 말하는 것이다.
표제작 외의 작품도 개성적이다. 이신조는 90년대 초반을 대학에서 보냈던 신세대의 방언을 문학으로 표현하려 한다. 말을 중간에 끊고 바로 마침표를 찍어버리거나, 문단 하나에 띄어쓰기 한 줄을 넣는다. 어느 곳에선 시제가 분명히 특정되지 않으며 결말 역시 닫혀 있지 않다. 특히 은 이런 점에서 눈에 띈다. 주인공은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로 불리고, 풍경은 숱한 상표로 대체된다.
아홉 편의 단편은 소재면에서 다채롭고, 표현 방식도 어지러울 정도로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