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일부가 되어 정체성을 잃고 있는 동안에, 한국은 어떻게 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지킬 수 있었을까.
한국은 비록 공간적 범주가 한반도에 국한되고 그 인구 역시 매우 제한적이었지만, 뛰어난 문화적 역량과 장구한 역사적 전통, 견고한 정치적 자주의식 등을 통해 중국과 요동, 일본 등 주변의 나라들과 유연한 외교 관계를 수립하였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를 창조, 향유하며 오랫동안 독립된 국가 체제를 유지하면서 동아시아 세계의 주도적 힘의 하나로 존속해 왔다. 전통시대의 한국이 동아시아 세계에서 다른 성분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고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였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동아시아 역사상에서 한국이 점한 위상과 좌표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