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가장 오랜 공부법인 독서와 필사筆寫,
그리고 다이어리가 만난 책
인류가 남긴 고전은 필사를 통해 퍼져나가고 연구되어왔다. 인류 역사를 놓고 볼 때 종이가 발명되기 전부터, 활자가 발명되기 전부터. 좋은 책을 만나면 그것의 필사본을 만들고 장서를 늘려갔던 시대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참으로 길었다. 물론 그때는 연구도 필사에서 시작되었다. 몇천 년 전 그리스-로마 고전이 지금 우리에게까지 전해진 것 역시 필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늘날에도 눈으로 읽는 것으로 모자라 손으로 써서 옮김으로써 더 깊이 이해하고 감동을 배가하는 독서 인구는 적지 않다. 그리고 독자들의 그런 니즈에 부응하려는 필사책들이 시 (詩) 분야나 또는 좋은 글귀 모음집 형태로 출간되고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인문고전 필사책’은 불가능할까? 그런 독자는 없는 걸까? 고전번역가 천병희와 도서출판 숲은 이런 질문으로부터 새로운 실험을 시작하며 서양고전 필사를 제안하게 되었다.
왼쪽 페이지에 텍스트를 제시하고 필사를 위해 오른쪽 페이지를 전부 비워두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매 페이지에 텍스트와 필사공간을 배치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이다(책의 페이지가 반으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비용과 편의성이 극대화된다) 이로써 독서와 필사, 그리고 다이어리 기능까지 겸비한 일책삼조(一冊三助, 한 권의 책으로 세 가지 이로움을 얻다)의 책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의 활용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읽을 수도 있고, 필사할 수도 있고, 엄선한 고전 텍스트를 옆에 두고 다이어리나 노트로도 쓸 수 있다.
다만 이제 필사를 하면서까지 읽고 또 읽어 내 정신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그런 텍스트가 어떤 것이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