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4세기(중세) 당시 프랑스 피레네 산 1,300미터 고원지대에 자리한 몽타이유(Montaillou) 마을을 배경으로 있었던 이단재판의 기록들을 토대로 저자인 르루아 라뒤리가 사실주의적 민중소설 같은 서술을 통해 당시 농민문화를 복원해낸 것이다. 카타르파(당시 기독교의 극단적인 이단으로 물질계를 악한 신의 피조물로 보았다. 즉 육체를 악으로 규정한 이들의 교리는 강생에서 수난에 이르는 ‘살’을 통한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代贖적인 삶의 일화를 부정함으로써 기독교의 핵심 교리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에 의해 이단 종교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한 주교 자크 푸르니에의 이단재판은 단순히 재판기록의 영역을 뛰어넘어 당시 몽타이유 마을 사람들의 농밀한 삶 전체를 유감없이 드러내주는 귀중한 사료로 남아 르루아 라뒤리의 손을 거쳐 우리 앞에 생생하게 그 모습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로서의 옛날 농민들이 꾸려나갔던 삶의 생생한 모습들을 그려볼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 당시 사람들이 갖고 있었던 심성ㆍ감성ㆍ섹스ㆍ일상생활 등 역사인류학적 시각을 통해 복원된 서양중세사의 구체적인 벽화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