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지혜를 빌려 당면 문제의 해결점을 모색하고, 깊이 있는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이다. 21세기 한국인이 부담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품격과 아름다움과 깊이를 갖춘 국민독본을 만든다는 목표로 기획된 우리 고전 100선 시리즈로 박희병 선생을 중심으로 한 연구자들은 문장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번역 및 윤문 작업을 진행했으며, 방중 기간을 이용한 윤독을 통해 최대한의 정제된 문장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말똥구슬』이라는 시집 이름은 연암 박지원이 이 시집에 써 준 서문인 「말똥구슬 서문」(원제: 양환집서)을 통해 알려져 있었지만, 시집 이름만 전할 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다. 박지원의 「말똥구슬 서문」은 연암의 문장 중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데, 이 때문에 『말똥구슬』 시집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컸다. 그러던 중 2004년에 이 자료가 발굴되었고, 박희병 교수가 이 책을 통해 최초로 번역, 발표한 것이다.
이 시집의 저자인 유금(1741∼1788)은 유득공의 작은아버지이며 연암 박지원 일파의 한 사람이다. 유금은, 비록 지금까지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못했지만, 18세기 조선이라는 시공간에서 눈여겨볼 만한 중요한 시인이자 실학자이다. 우리는 이 시집을 통해, 불우했지만 빼어난 재능을 지녔던 유금의 정신세계와 그 시의 개성을 파악할 수 있으며, 자칫 잊을 뻔한 18세기의 시인 한 사람과 새롭게 마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