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지혜를 빌려 당면 문제의 해결점을 모색하고, 깊이 있는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것이 고전이다. 21세기 한국인이 부담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품격과 아름다움과 깊이를 갖춘 국민독본을 만든다는 목표로 기획된 우리 고전 100선 시리즈로 박희병 선생을 중심으로 한 연구자들은 문장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번역 및 윤문 작업을 진행했으며, 방중 기간을 이용한 윤독을 통해 최대한의 정제된 문장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
신흠은 조선 중기를 대표하는 정치가이자 사상가이며, 한문학 작가이자 시조 작가이다. 이 책은 신흠의 시조를 비롯해 그의 시와 산문 대표작을 모은 것이다. 신흠은 자신의 생각을 내세우기 전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받아들이고, 자신과 타자와의 차이점을 발견하기보다는 그 공통점에 관심을 갖는 작가이다. 그 자신이 자주 말했던바 “풀은 꽃이 핀다고 해서 봄에 감사하지 않고, 나무는 잎이 진다고 해서 가을을 원망하지 않는” 것처럼, 그의 마음은 외부의 변화에 지극히 열려 있으며, 그의 감성은 무엇을 지워내기보다는 무엇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 있다. 그의 글은 심원한 사유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