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에는 계절이 지나감을 아쉬워하는 듯한 민들레가 피어 있었다. 작은 들꽃들도 무리지어 있었다. 하늘도, 바람도,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향연도, 대자연의 풍경은 모두 지난날 시바 료타로와 함께 바라보던 때와 조금도 다름없었다. 그 시간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문득 돌아보면 그곳에 시바 료타로가 있을 것 같은 착각까지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 나는 이 모든 감정을 소중히 지니고 돌아가 원고를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일본 역사소설의 명운을 바꿔놓았다는 평가와 함께 일본의 국민작가로 칭송받는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평생의 연인이자 부인인 후쿠다 미도리(福田みどり) 여사가 생전의 시바 료타로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회상록 형식으로 잔잔하게 풀어놓은 것이다.
1996년 2월 남편 시바 료타로의 갑작스러운 서거 이후, 6년여의 침묵을 깨고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에 매달 1회 연재했던 것을 모아 엮은 책이며, 일본에서는 현재 먼저 발행되었던 본편이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어내면서 속편까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시바 료타로 작품의 색채 짙은 매력의 원류를 엿볼 수 있는 순애의 기록이자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부인 후쿠다 미도리는 대작가로서의 시바 료타로가 아닌 평범한 남자로서의 '시바 상'을 추억한다. 젊은 날 산케이 신문사 기자로 활동했던 두 남녀가 사내 커플이 되기까지 밀고 당겼던 흥미진진한 연애담이나, 혼담이 오고 간 후 예비 장모님과의 범상치 않았던 첫 만남 등의 결혼에 이르는 과정, 결혼식 같지 않았던 결혼식 연회의 우스꽝스러운 정경, 아내 미도리가 가사와 친하지 않은 탓에 겪어야 했던 좌충우돌 신혼 살이의 모습, 그리고 1996년 남편 시바 료타로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에 따른 상실과 비애가 잘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