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영주네 식구들과 발바리 누리와 엮어가는 우정과 사랑 이야기이다. 남들 눈에 그저 ‘똥개’일 뿐인 발바리 누리를 바라보는 엄마, 아빠, 그리고 영주의 시선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사랑과 위기가 있다.
총각 때부터 누리를 기른 아빠는 누리에게 그때그때 생각에 따라 잘해줬다 못 해줬다 하며, 나름대로 누리를 사랑한다. 그러나 결혼해 한 가정을 이루자 아빠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정든 강아지 누리를 여러 차례 버리려 한다. 아빠에게는 누리보다 가족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고, 그때마다 누리는 나쁜 균이 득실거리는 성가시고 위험한 개일 뿐인 것이다. 그 순간마다 엄마는 아빠와 싸우면서 누리를 지켜 낸다. 엄마에게는 ‘한번 길들인 생명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소박한 철학이 있다. 이러한 엄마 아빠의 서로 다른 누리 사랑 방식이 아리송한 영주는 영주대로 자신의 주장을 하기 시작한다. 영주는 엄마에게 누리만 예뻐한다며 투정을 부리는가 하면, 늙어서 냄새가 풀풀 나는 누리보다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를 사 달라고 조르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누리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엄마의 무조건적인 보호를 받는 누리에게 마냥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그렇게 누리를 둘러싼 세 식구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은 어느 날 아침, 누리가 죽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누리의 죽음을 통해 영주가 아리송하기만 하던 문제에 대한 답을 얻게 되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어느 누구에게도 편향되지 않은 시선으로 사건을 전개함으로써 우정과 사랑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독자 스스로 찾게 한다. 작품 속 엄마의 말처럼 모든 사람의 생각이 통일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작가는 다만 모든 관계에는 몇 차례의 위기가 있다는 인식과,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독자들에게 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