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사람들이 생각한 세계의 모습은 어땠을까?
1544년 가을, 바젤에서 매우 두꺼운 책 한 권이 출판되었다. 660쪽에 달하는 이 책은 금화 한 닢 반이라는 만만찮은 가격에도 짧은 시간 안에 꽤 많은 부수가 팔려 나갔다. 책의 제목은 '코스모그라피아Cosmographia’이고, 저자는 바로 바젤 대학에서 히브리어를 강의하던 제바스티안 뮌스터였다. ≪코스모그라피아≫―독일어로 옮기면 ‘세계에 대한 설명, 세상에 대한 묘사, 지리학’ 정도가 될 수 있겠다―는 전 세계와 그 역사를 완벽하고 정확하게 묘사한다고 자처한다. 제바스티안 뮌스터는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이 책의 집필에 몰두했다. 이 책은 당시 중유럽 사람들이 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집대성한 책이었다. 설령 그렇게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당시 유럽인이 세계와 관련하여 읽고 싶어 하는 모든 내용을 한데 모아 놓은 책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제대로 된 여행이라고는 단 한 번도 해 보지 못했으면서, 그럼에도 전 세계를 고스란히 담아낸 책을 집필한 제바스티안 뮌스터라는 남자에게 단단히 사로잡힌 이 책의 저자인 귄터 베셀은 “그가 세상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세상이 각종 책자와 서신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서 그에게로, 또 그의 작은 서재 안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더불어 “그의 사상과 그의 됨됨이,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지식에 대한 그의 믿음 그리고 그런 연구를 시작하여 20년에 걸친 작업 끝에 마침내 마무리해 낸 그의 용기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아 버렸다”고 고백한다
교통망과 정보통신망이 완벽하게 갖춰진 요즘 같은 시대에야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원하는 정보를 거의 모두 손에 넣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여행 자체가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보의 소재를 파악하고 그것을 손에 넣는 일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뮌스터는 이런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 그 같은 대작을 완성해 내었다. 실로 그의 열정은 대단한 것이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처음에 느꼈던 낯설음과 거리감을 조금씩 떨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제바스티안 뮌스터라는 인물이 보여준 열정과 성실함 앞에서 마음 한구석이 숙연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