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셀 수 없이 많다. 달리고 헤엄을 치고, 웃으며 손깍지를 껴본다. 서로 겹쳐져 또 다른 색을 만들어내는 물감들을 상상하며, 꽃을 한 송이 두 송이 꺽어본다. 그리고 화환을 만든다. 삶은 놀이이다. 하얀 구름, 분홍색 코트, 생은 작은 손. 저 높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 탱고. 노래. 리듬. 삶은 언어다. 언어는 유리와 마른 나무판, 그리고 풀로 만들어져 있다. 나는 아침으로 곷다발을 먹는다...
--- 본문 중에서(p.31)
노르웨이 최고 권위의 '브라게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생후 7개월에 노르웨이에 입양되었던 한국 출신 작가 쉰네 순 뢰에스의 장편소설이다.
정신 질환의 문턱을 넘나들다 정상적인 삶을 되찾은 17세 소녀 ‘미아’가 경험한 세 계절 동안의 외면적, 내면적 변화(가을 > 겨울 > 봄)를 그려내고 있다. 십대 소녀의 혼란스러운 감성과 불안감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기법을 택하고 있어, 무질서한 느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꾸밈없는 솔직함으로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듯 끝없이 펼쳐지는 주인공의 사유. 생각나는 대로 거침없이 읊조리는 화자의 이야기는 언뜻 단조로운 문장의 나열로 보이지만, 티 없이 맑은 시어의 색깔을 담고 있다. 마구 샘솟는 생각과 감정, 분절된 문장들이 주인공 ‘미아’의 혼란한 정신을 대변하듯 펼쳐지며, 읽는 이들로 하여금 '미아'의 몰아치듯 혼란한 감정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