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에 찾아온 장기 불황의 원인과, 이를 탈출하기까지 일본 정부와 기업이 기울인 뼈를 깎는 노력, 이후 거시적인 관점에서 시행된 경영 재설계 과정을 구체적으로 다룬 책.
1980년대 후반 버블이 갑자기 붕괴되었을 때 일본 정부는 이것이 경기순환에 따른 일시적인 불황이라 판단하여 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등 통상적인 경제 대책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대규모의 근본적인 개혁을 실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일본 경제는 고도 성장기를 거쳐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그에 걸맞은 경제 구조 전체의 재설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본이 무조건 서구의 구조 조정 선례를 따라갈 것이라고 분석한 경제 전문가 대다수의 전망을 비껴갔다는 점이다. 일본은 자국의 독특한 문화와 서구의 선진 경영 기법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이로써 탄생한 새로운 경영 모델이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제3의 방식, 이른바 ‘하이브리드 경영 전략’이다.
이 책은 바로 이 하이브리드 경영 전략이 일본 경제를 일으킨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저자는 일본 기업이 다각화된 사업을 정리하고 기업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한편, 종래 일본 경영의 대표적인 특징이라 일컬어지던 ‘종신고용제’, ‘연공서열’, ‘기업 내 조합’ 등을 확실히 지켜냈다고 강조한다. 일본 기업은 가장 힘든 시기에도 직원 감축 없이, 근무수당과 격년제 보너스를 줄이고 파트타임 근로자를 늘려 경비를 절감하는 선에서 고용 조정이 이루어졌다. 불황의 늪을 헤맬 때조차 일본 기업들은 서구의 비인간적인 정리 해고 방식을 따르지 않고 ‘인간 중심’이라는 고유의 가치관을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