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거창하게 계획을 짜고 여행을 간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챙기고 그 사이에 지인의

결혼식 참석을 하다보니 본의아니게 종횡무진한 연휴가 되었다.

짬짬이 책 한 권을 2/3 정도 읽었는데 방금 전 피로도 풀 겸 반신욕을 하며 나머지를 모두 읽었다.

어제 심한 황사에 포항까지 온 가족이 총 출동하여 결혼식에 다녀온 지라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었었다.

정말 좋아하는 지인이라 축하하는 마음을 200% 가지고 기분 좋게 다녀왔는데,

역시 몸은 나이를 속이지 못하는 것이리라.(아니 나이를 속이지 못하는 것 보다 그간 운동이라고는

하나도 안 했으니 체력이.. 안 따라줄 수 밖에)

아침에 일어나니 몸 속의 온갖 피로가 얼굴로 몰렸는지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특히 눈이 퉁퉁

부었었다.

같이 참석한 다른 지인은(같은 지역에서 출발했고 똑같이 중간에 부모님이 계신 곳에 들렀다가 왔다! 즉, 동선이 똑같았다!) 오후 늦게까지 자고 일어났다고 했다. (3살 더 많아서 그런가, 이 피곤에도

아침이 밝아 오면 눈이 저절로 떠지고 ㅠ_ㅠ 잠이 오지 않는다..흑흑)

아무튼 이 깊은 피로를 오늘 하루 이 책 "성장문답"과 "따뜻한 물"로 풀었다.

이 책은 강연으로 유명한 "세바시팀"에서 엮은 것으로 서천석씨, 유시민씨, 이범씨 등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이 각각의 질문에 자신만의 대답을 해 놓은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대답이 명쾌하기도 하고 우리가 흔히 하는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해답이어 군데군데 줄을 긋고

포스트 잇을 붙이고 책의 한 귀퉁이를 접어 두었다.

내가 포스트 잇을 한 것을 살펴보니 특히 서천석씨와 유시민씨의 대답 부분에 많이 했던데 이 분들의 책을 사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한 권도 안 읽은 것 같다.)

행복하지 않은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에서 서천석씨는 행복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작은 궁리들을 삶 속에서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예를 들면 매달 월급날이 되면 그달에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을 아내와 함께 가서 먹는다든지 하는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 보다는 적절한 목표를 세우고 나를 잘 다스려나가고 있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행복한 마음"에 중요하다고 하였다.

삶에서 엄청나게 기분 좋은 큰 사건들만이 꼭 행복을 가져다 주는 조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삶이라는 장식장 속에 예쁜 것을 전시하고 자꾸 바라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였다. 이 때 예쁜 것이란 앞서 말했듯이 가족과 맛있는 것을 먹는다거나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간다거나

생일에 지인에게 커피 한 잔을 사는 등 소소하게 남을 기분 좋게 해 주거나 하는 것을 말한다.

돈이 없어 불행한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 역시 서천석씨가 대답해 주었는데, 요즘 내가 궁금

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 대답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나도 그다지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지만(아니

휴직한 지금은 돈이 없는 사람 쪽에 포함될 텐데)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이 있고, 매달 보고 싶은 책을 몇 권 살 수가 있고 사람들을 만났을 때 커피 한 잔 살 마음의 여유가 있어 마음 속으로는 넉넉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내가 집 값과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에 살고 있어서 그런 것이리라.

친정이 있는 대구나 시댁이 있는 서울에서 우리가 신혼을 시작했다면 우리는 필시 지금 아파트 한 채를 사기 위해 허리띠를 더욱 조르고 졸라 맸을 것이다.

제 3자가 보았을 때는 분명히 나는 내 나이 또래 보다 더 돈이 없는 경우일 텐데 마음은 누구보다도

넉넉한데 이런 나의 심리를 서천석씨가 정확히 짚어 주었다. 그가 말했듯이 나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잘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맞다. 사실 지금 나이에 내 직업의 연봉은 비슷하게 공부해서 다른 회사에 취직한 친구에 비해 훨씬 낮다. 하지만 나는 점점 더 지금보다 형편이 나아질 거야 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이 보이지 않는 미래 덕분에 오늘이 행복한 것이다.

그는 무언가 자기 소유가 늘어나고 있고, 자기가 발전하고 있고, 점점 커카고 있다는 기대감이 우리에게 행복감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현 사회는 어떠한가?

우리 사회는 이미 더이상의 발전이 가능할까 싶을만큼 많은 발전을 이루어왔다.(그렇다고 더 큰 발전은 안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제 예전만큼의 큰 발전은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현대사회에서의 발전은 "돈"과 직결되기 때문에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것 중에 할 수 있는 것을 늘리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행복하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인생의 철학이 없어서 고민하는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은 유시민씨가 대답하였는데 인생은

자기를 표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나에게 없는 것을 표현하려고 하지 말고 내 본성이 뭔지를 알고

그것을 잘 표현하면서 살아라고 하였다.

또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일, 놀이, 사랑, 연대 이 네 가지를 함께 하라고 한다.

나의 본성에 맞게 이러한 네 가지를 어우러서 살아간다면 자신만의 인생의 철학을 가진 사람으로 살지 않을까 한다.

이 외에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씩은 떠오를 듯한 질문들에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의 대답이 이어지는 데 하나하나가 명답이어서 두고두고 읽고 싶었다. 최근에 나도 내 분야를 깊이 있게 파고들면서 느낀 것은 어느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험난한 과정이 있고 그 힘듦을 거치면서

나름대로의 인생 철학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한 분야에 전문가가 되었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겉으로 보기에 "부럽다." 이상의 어려운 시간이 길게 있었기에 단순히 "아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저 사람은 무슨 복이 저렇게 많아서."라는 것을 넘어서 나도 그 힘든 과정을 거칠 수 있겠는가? 하는 내면의 의문을 먼저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어떤 분야를 몇 년동안 파고 들어 보니까 알면 알수록 더 어려운 것이고, 남들 앞에서 이것에

대해서 내가 이만큼 알고 있다고 말하기가 오히려 해를 넘어갈 수록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예전에는 얼른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남들앞에서 번듯하게 책도 내고 강연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이제는 그런 외면적인 것보다 아직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내면을 더 채워야 겠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이 책 "성장문답"에서 답을 해 준 전문가들은 적어도 10년이상은 그 분야의 공부를 깊이 있게 한 사람들이고, 명성에 맞는 인생의 내공도 상당한 분들이어서 답과 같은 삶을 살지 않았나 혹은 답과 같은 삶을 살아가려 노력했었지 않았나 한다.

여러 문답 중에 내 책장에 서너권의 책을 채운 작가 김수영의 문답을 적으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

한다.

여행생각만 하고 막상 떠나지 못하는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에서 김수영씨는

일단 한 발짝 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해보지도 않고 미리 머릿속을 잔뜩 채우는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실제로 알아볼 것을 강조하며

여행을 가는 간단한 3단계는

1 : 여행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2 : 적당한 항공권을 찾고

3 : 결제를 한다!

라고 명쾌하게 이야기 한다.

아~ 이거 하고 싶다. 저거 하고 싶다. 라는 고민을 나도 참 많이 한다.

누가 그랬던가? 청소를 잘 못하는 사람이 명심해야 할 것은 바로 "right noW!"라고.

지금 바로.! 시행하자!

여행도,

독서도,

선물도,

글쓰기도,

또 뭐가 되었든.

(참고로 나도 이번달 말에 부모님을 모시고 제주도 여행을 가는데, 수년전부터 가야지, 가고싶다, 가야되는데 하던걸

저 방식대로(저 때는 책도 안 읽었었다.) 그냥 무작정 3월달에 항공권을 검색해서 결재를 했다. 그런데 아직 숙소는 안 정했다는..^^ 하지만 항공권 결재를 했으니 난 이달말에 제주도에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