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한 요리책이자 환상의 다리를 건너가 가져온 보물처럼 아름다운 책
산문집 《우리 언제 식사 한번 하지요》의 작가 유지나가 섬과 이국에 머물며 쓴 음식과 술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을 묶은 산문집 《밤의 발코니》가 출간되었다(은행나무刊). 마흔일곱 개의 요리 혹은 음식재료를 소제목으로 삼고 이를 주제로 글을 쓰고 여기에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환상을 덧댔다. 작가가 환상과 현실의 경계로 명명한 발코니에서 차려낸 국적 없는 요리와 이미지의 파편들은 이상하고 위험하지만, 동시에 무척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마치 시처럼 소리 내어 낭독하기에도 좋은 문장들은 오묘한 느낌을 자아내고, 연결될 듯 불연속적인 이미지의 나열은 꿈속에서 가져온 듯하며, 작가가 직접 찍은 흑백의 사진들은 이국에서 날아온 초대장 같다. 이에 힘입어 음식이라는 친근한 소재가 낯설고 아름답게 읽힌다. 다른 이를 위해 밥을 짓고 그와 식사를 함께하는 것에 대한 기쁨을 느끼고 위안을 얻어온 작가 나름의 요리 비법도 책 곳곳에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