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집어 들면서 ‘맛집’ 리스트를 기대했거나
이 책에서 비아냥대는 영미권의 요리사 이름들 중 절반 이상을 알고 있거나
수비드, 콩피, 분자요리, 드리즐 등의 요리 기법을 알고 있습니까?
아니면, 일주일에 하나 이상의 요리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로컬푸드나 유기농 식재료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난 ‘너보사 오소렉시아’, 건강식품 강박증은 갖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십니까?
반대로, 도대체 왜 세상이 먹방과 쿡방으로 넘쳐나는지
알약 하나로 하루 한 끼 편하게 때우는 법은 없는지
매일이 전투인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바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하시기를 권합니다!
음식은 중요하다. 음식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존재는 없을뿐더러, 어떤 음식을 즐기는가는 자신의 계급, 문화, 취향, 출신 지역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라고 주장한 까닭이다. 그렇기에 음식은 또한 자신의 계급과 문화, 취향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 된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서양의 포크와 나이프를 얼마나 잘 다루는가로 자신의 문화 수준을 드러냈다면, 지금 서양에서는 아시아의 음식(이 책에 나오는 ‘김치가 들어간 한국식 버거’ 같은)을 얼마나 즐기는가로 자신의 세련되고 포용력 있는 취향을 과시한다.
요리는 중요하다. 야생의 식재료를 사람이 먹을 만하게 만드는 과정이었던 조리는, 이제 ‘섹시한’ 남성들의 필수 기능이자 미식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섬세한 입맛을 시험하는 장이 되었다. 또한 요리는 화려하다. 칼과 불이 춤추는 주방만큼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또 어디서 찾아보겠는가.
그래서 먹방과 쿡방이 대세가 된 지금,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이런 현상에 염증을 느낀다. 생존과 나눔보다는 과시와 구별 짓기의 수단이 된 음식, “당신이 먹은 음식이 곧 당신은 아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