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도가 보여주는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시킨 조선의 병법들, 글을 읽지 못하는 시골 아낙들까지 교화시키고자 그려진 윤리 교과서, 섬세한 그림으로 예禮의 모든 것을 표현한 종묘도, 조선 기록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실록과 『국조보감』, 몸을 탐색하고 삶과 성욕을 예술로 승화시킨 춘화 까지 이미지를 통해 조선의 또다른 역사를 읽다.
그림 속에는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선과 면, 입힌 색의 틈새에서 유무형의 주체가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소리가 있고 생각이 담겨 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차려야 그림 속의 실상이 온전하게 다가오고 그림 속의 생각을 온전히 공유하게 된다. 조선은 세계적으로 기록문화의 정수를 보여줬던 나라인 만큼, 그 기록 속에서 ‘이미지’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문文 위주의 역사 읽기를 해온 한국사는 이미지 읽기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미술사에서 거론되는 회화적 이미지를 우선으로 삼지 않고, 조선이 과학, 군사, 사상, 교육, 문학, 종교 등의 분야에 남긴 모든 이미지를 총동원해 역사를 입체적으로 읽어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림 속의 인물들이 우리에게 직접 말을 걸어오거나 혹은 그림을 제작하거나 의뢰한 인물의 숨어 있는 이야기가 ‘읽는’ 행위보다 좀더 직접적이고 풍부하게 다가와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감성을 흔들어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