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술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경험으로서의 예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예술 작품을 만나기 위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우리는 지하철이나 거리에서도 예술적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일찍이 예술이 액자를 떠나 일상 속에서 체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1859∼1952)였다. 그는 특정 개념이나 양식이 필요 이상으로 한 시대의 예술을 정의하고 있는 상황을 면밀히 파헤침으로써 왜곡되고 모순에 처한 근대 예술의 배경과 원인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있다. 특히 미학적 체계에서 철학의 정점이자 완성으로 평가받고 있는《경험으로서의 예술》에서는, 일관되게 예술이 인간의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일상과 소박한 생활로 복귀한 예술이야말로 예술 본연의 모습이자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예술을 순수 예술과 실용 예술로 구분하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게 해서 우리의 일상과 자연의 영역으로 다시 되돌려 옴으로써 그 의미를 확장하려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순수’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는 오늘의 예술에 새로운 개념과 질서를 재정립하려 한다. 다시 말해 현대 예술에서 고착된 장르간의 위계를 폐기하고 수평적 관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오늘날 예술이 안고 있는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설득력 있게 기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신뢰할 만한 처방을 내리고 있다.
2. 삶과 예술의 유기적 통일을 위한 철학적 정초
철학이나 미학 모두 지나치게 이론으로만 치닫게 될 때 그것은 현실과 생활에서 점차 멀어지게 된다. 듀이에게는 이러한 현실과 이론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였다. 그가 평생 역점을 둔 철학적 과제는 바로 이러한 이분법적 세계관의 극복이었다. 그래서 듀이는 목적과 수단, 정신과 물질, 이론과 실천, 순수 예술과 실용 예술 등의 유기적 통합이라는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경험으로서의 예술》의 기본 전제는“예술은 인간에게 없어서 안 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때의 예술은 인간의 일상으로 복귀한 예술 본연의 모습을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예술을 우리의 현실과 지극히 소박한 생활로 되돌려 미와 예술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준다.
《경험으로서의 예술》은 미적 경험이나 해석, 예술의 정의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예술 작품이 우리에게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까지 매우 폭넓게 다루고 있으며, 내용과 체계에서 정교한 짜임새와 풍부한 예화 그리고 면밀한 개념 정리를 갖춘 20세기 현대 미학의 대표적 저술 중의 하나이다.
3.《경험으로서의 예술》의 구성
이 책은 모두 14장으로 되어 있다. 1∼3장은 전통 철학이나 미학에서 드러난 미와 예술에 관한 오류나 오해들을 폭넓게 지적, 검토하며, 나아가 경험 일반과 미적 경험을 새롭게 이해하여 논리적 토대 위에 올려놓고자 한다. 1장에서는 인간을 생명체의 수준으로 환원하여,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 욕구와 그 위협으로 인해 항존하는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되는 것이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동물적 수준의 경험으로부터 잘 정제되고 순화된 형식을 가진 수준의 경험이 구성된다고 기술한다. 2장은 우리가 미나 예술에 대해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식이나 관습을 분석해 그것을 온전히 위치시키고자 한다. 3장은 예술과 일상의 온전한 통합의 철학적 기초를 마련하고, 경험에 대한 가장 풍부하고 밀도 있는 기술을 전개한다. 이 세 장은 듀이의 철학적 전제 중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다.
4장부터 10장에서는 예술에서 문제가 되는 핵심적 개념과 체계를 매우 밀도 있게 분석하며, 11장부터는 바로 예술과 미학이 왜 인간에게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갖는지, 예술과 미학이 철학, 과학, 문명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따라서 바람직한 예술의 전형이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논의한다.
《경험으로서의 예술》(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 025)은 여기서 1~3장만을 발췌 번역했다. 1, 2, 3장에서 듀이의 철학 전체를 통해 가장 강조되는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철학적 결말이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예술에서 철학적인 문제들이 어떻게 수렴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논증하고 있으며, 예술이 우리 인간과 생활에서 어떻게 관계를 회복해야 하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4.《경험으로서의 예술》이 갖는 오늘의 의의
듀이의 예술론이 압축되어 있는 이 책에서는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철학의 완성 혹은 그 미래에 대한 담론으로서, 과학과 기술의 고도화에 따른 세기말적 징후들 앞에서 예술이야말로 우리 인류에게 가장 확실하게 기여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문명의 위기에 맞서 인류에게는 예술이라는 장치가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둘째, 듀이의 예술 개념은 예술 그 자체를 습관적으로 편협하게 한정해온 데서 벗어나 우리의 일상과 자연의 영역으로 환원되고 확장된 개념으로 유도하고 있다. 그리하여‘순수’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있는 오늘의 예술을 새로운 개념과 질서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현대 예술에서 고착된 장르 간의 위계, 특히 순수 예술과 실용 예술 간의 구분을 철거하고 수평적 관계를 재확립할 필요를 시사하고 있다. 특히 순수 예술과 실용 예술 간의 구분은 계몽 시대의 유산에서 비롯된 것이 위계로 고착되고 심지어 우열의 잣대로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듀이는“응용과 순수라는 형용사가‘예술’의 접두어로 사용될 때 예술의 본래적 의미는 타락하고 파괴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저자-
존 듀이는 미국 프래그머티즘 철학의 선구자인 윌리엄 제임스에게 매료되었으며, 헤겔 변증법에 깊이 몰입했다. 또한 낡은 전통적 방식을 답습하는 학교 교육에 많은 결점이 있다고 생각해 교육철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했다. 그는 아내 앨리스 치프먼과 함께‘듀이 학교’로 더 잘 알려진‘시카고 대학 실험학교’를 설립하여, 실험과 실습을 통해 이론의 완성과 검증에 도달하는 혁신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창출했다. 주요 저작으로 시카고 학파와 함께 펴낸 논문집 , 그리고 ,《학교와 사회》,《어린이와 교과과정》,《경험과 자연》 등이 있다.
-역자-
이재언은 강원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석사 과정 때부터 영미 미학과 비평 이론에 관심을 많이 가져, 미국의 먼로 비어즐리`Monroe C. Beardsley의 메타크리티시즘`meta-criticism에 관한 석사 학위 논문을 썼으며, 박사 과정에서는 존 듀이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프래그머티즘에 있어서의 미적 가치론 연구, 예술의 이상과 세속성 혹은 상업주의 간의 교환 가능성에 대한 연구에 역점을 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