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신치하에서 긴급조치 관련 사건을 담당했던 법조계 인사들의 명단 공개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치주의라는 전제 하에 유신헌법 수호를 합리화할 것인가 아니면 과거사 규명을 위한 알 권리를 더 중시해야 하는가. 법 자체가 목적인 듯 여겨지는 오늘날,《권리를 위한 투쟁》(책세상문고?고전의 세계 060)은 법의 사회적 목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요구한다.
1872년 봄, ‘인류에게 법학의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라는 평가를 받던 독일의 법학자 예링은 4년 남짓 재직한 빈 대학을 떠나면서 고별 강연을 했다. 그리고 같은 해 이 강연의 내용을 대폭 보완해 더 많은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출판했다. 바로 이 책《권리를 위한 투쟁》은 초판이 출간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약 20개국에서 21개 판본으로 번역되었고, 오늘날까지 법학 전공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에게도 널리 읽히고 있다.
예링은 이 책을 통해 법의 이론보다는 윤리적이고 실천적인 면을 강조하고, 권리에 대한 학문적 인식보다는 권리를 위해 투쟁하려는 개인과 사회의 자각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법과 권리의 생성 및 목적, 법과 권리를 위한 개인의 투쟁 등을 다뤄 예링 사상의 핵심을 드러내는 이 책은 법을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목적법학의 단초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20세기의 법학 방법론 전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기존 번역본은 절판되거나 사회학자의 번역으로 인한 법률 용어 문제가 있었으나, 이 책은 민법 전공자인 윤철홍의 번역으로 현재성을 살리면서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했고, 해제를 통해 예링 사상의 흐름과 법사상사적 영향을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저자-
루돌프 폰 예링은 독일 동프리슬란트의 유복한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하이델베르크, 괴팅겐, 뮌헨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며, 베를린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바젤, 로스톡, 킬, 기센, 빈 괴팅겐 대학에 재직하는 동안《로마법의 정신》,《권리를 위한 투쟁》,《법에서의 목적》 등을 썼다. 괴팅겐에서 사망했다.
-역자-
윤철홍은 숭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에서 민법과 법사학을 공부했다. 독일 프라이부프크 대학에서 독일법제사와 민법을 전공하면서 주로 토지소유권의 역사를 연구했다. 1993년부터 숭실대 법학과에서 민법을 가르치고 있다.《소유권의 역사》,《물권법강의》,《민사특별법연구》 등을 저술했고, 막스 카저의《로마법제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