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樂)으로 세상을 다스리다
음악으로 다스리는 세상이 존재할까. 통치자만이 음악을 창작할 수 있고 음악이 곧 법인 세상이 과연 있을까. 예를 엄격히 규정하는 동아시아 유교 사회는 음악으로 다스린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음악을 사회 구성에 필요한 주요 요소로 보았다. 그러나 음악이 가장 대중적인 예술 장르로 자리 잡은 오늘날 소위 국악이라 불리는 우리 전통 음악의 위세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동양 미학의 근간을 세운 중국 최초의 악론《예기》의 를 온전히 번역한《예기?악기》(책세상문고?고전의세계 063)가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지루하고 난해한 여타의 동양철학서와 달리 는 음악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유교 경전이다. 《예기?악기》 는 원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악(樂)의 의미와 사회적 기능, 역할, 제작의 주체, 목적, 필요성 등을 세분화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특징이다.
작자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는 유교 예술 철학의 정수를 담고 있는 귀중한 고서로서 고금을 통해 수많은 주석서를 낳았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볼 때 동아시아 전통 사회에서 발현한 악은 오늘날 예술 장르에 국한하는 음악의 의미뿐 아니라 시대까지 초월한 폭넓은 미학적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에 따르면 악은 무의미한 원시적인 사람의 목소리인 성(聲), 성에 형식미를 더한 노랫가락인 음(音)을 거쳐 음에 악기 연주와 춤을 곁들인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여기서 성은 짐승, 음은 일반 백성, 악은 오직 군자만이 알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됐다. 따라서 군자의 악은 성과 음뿐만 아니라 백성을 깨우치고 나라를 다스리는 이치까지 포함하고 있어 그 성격이 예와 매우 흡사하다고 평가된다. 이 같은 선현의 미학적 사상과 이를 응용한 정치 철학은 이상 사회 건설을 위한 것이었다. 정치적 부패와 각박한 세태를 우려하는 오늘날, 이 책은 고전의 참맛을 되새기게 하고 태평성대를 다시 한 번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한다.
-저자-
작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서한 무제 때의 유덕이 지었다는 설, 전국 시대 초 공손니자의 저작이라는 설, 서한 애제와 평제 시대의 양성형의 저술이라는 설 등이 있다.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특정한 인물이 저술한 것이라기보다 전국 시대 말에서 한 초에 걸쳐 순자학파 계열의 유가학자들이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역자-
한흥섭은 고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오랜 시간을 보낸 뒤에야 홍익대학교에서 미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홍익대학교 인문대학 교양과정부에서는‘동서 사상의 비교’와‘동양 철학의 이해’를,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대학원에서는‘음악 미학 특강’을 강의하고 있다. 국악 방송 국악 특강 코너에서‘음악 미학’을 잠시 강의하기도 했으며, 요즈음은 고대 한국의 풍류도風流道에 관한 글들을 찾아 읽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중국 도가의 음악 사상》,《장자의 예술 정신》,《악기로 본 삼국시대 음악 문화》,《한국의 음악 사상》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장자의 예술정신〉,〈혜강의‘성무애락론’에서의‘성’의 의미〉,〈혜강의‘성무애락론’ 연구〉,〈노장의 음악 미학 사상〉,〈감화력과 상상력〉,〈삼국의 악기 수용에 관한 음악 사상적 고찰〉,〈조선 초의 음악 사상과 그 양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