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코타 작가 한애규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코드,
그녀의 작품을 새롭게 ‘발견’하고 조명한다
현대인들은 흙을 잊고 산지 오래되었다. 흙으로 만든 작품이 왠지 낯설다. 하지만 흙을 빚어 형상을 만들었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먼 고대에 이른다. 흙을 빚어 만든 고대인들의 이야기가 단지 신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흙을 빚어 자신들의 일상의 삶을 이야기하였고, 또 때로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등 흙은 원초적인 물질이었다. 자연계의 다양한 물질 중에서 흙이야말로 예술과 연관된 매혹적인 물질이었다. 우리 역시 흙으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흙에서 인간의 몸, 살을 떠올리고 그 흙에서 삶을 엿보는 일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한애규의 작업은 흙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녀에게 흙은 언어이다. 흙을 매개로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또 끊임없이 소통을 하기 위해 오로지 흙만을 사용해 주무르고 쳐대 원하는 형상 하나를 부풀려내고는 불을 때고 구워낸다. 흙은 질료덩어리다. 그것은 본래 형체가 없다. 그러나 불을 받으면 더없이 단단해진다. 흙을 빚고 굽는 그녀 역시 지나난 인내를 통해 단단해졌고, 바로 그 결정체가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은 ①꿈 ②여행 ③침묵 ④꽃을 든 사람 ⑤조우 ⑥기둥들 ⑦반가사유상을 생각하다 ⑧폐허에서 ⑨푸른 그림자 등 크게 9가지의 주제에 걸쳐서 그녀의 작품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작품을 통해 흙으로 문장을 기술한 것이고, 동시에 그 작품들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산문이나 혹은 시로써 덧붙여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래서 다분히 서술적이고 풍경적이며, 문학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