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갑오개혁이 있기도 전, 바다의 신의 이름을 딴 배 한 척이 플리머스에서 출항한다. 4년간 오대양 육대주를 누빌 이 해양탐사선에는 한국인이 한 명 타고 있었다. 한국명 유동혁, 미국명 제프리 유. 『베니스의 개성상인』 이후 역사와 가상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며 독특한 소설을 써왔던 저자는 이 제프리 유의 모험담을 장쾌하게 써내었다.
자칫 쇄국과 개방에 대한 편협한 시각이나 맹목적인 민족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를 피하가는 데에도 작가의 줄타기 솜씨는 노련하다. 19세기 후반까지 발견되지 않고 남아있던 넓은 미지의 땅과 바다를 헤쳐나가는 제프리 유 일행을 좇다보면 『해저 이만 리』와 견줄 만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작가가 쥘 베른에게 감사의 말을 먼저 던진 것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