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퍼가 마르크스주의와 정신분석학을 엄밀한 경험 과학의 영역에서 추방한 이래로, 마르크스주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본질주의, 역사주의, 경제주의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증주의, 경험주의가 물리학을 포함한 자연과학 영역에서 그 적실성을 상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과학 진영에서는 실증주의가 여전히 주류적인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해석학적 방법은 사회현상에 대한 인과적 ‘설명’을 회피하고, 단지 사회에 대한 ‘이해’에만 초점을 맞출 뿐이다. 더 나아가, 어느덧 대세가 되어 버린 포스트-모던적 경향들은 사회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모든 것을 언어, 담론에서의 놀이로 환원한다.
하지만, 경험주의적 방법론으로 사회를 과학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아니면, 사회에 대한 과학적 인식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자연을, 사회를 과학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일지, 자연을 연구하는 방법과 사회를 연구하는 방법은 일치하는 것인지, 일치한다면 어떤 점에서 그러한 것인지, 다르다면 어떤 점에서 그러한 것일까? 모든 것을 다 담론으로 환원할 수 있으며, 담론 밖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로이 바스카의 『비판적 실재론과 해방의 사회과학』은 실증주의와 다양한 포스트 담론에 대한 비판을 출발점으로 삼아, 이러한 질문들을 해명하고 있습니다. 바스카는 예측과 통제에 기반한 경험주의의 방법과 이해에만 기초한 사회과학이 왜 궁극적으로는 현상을 옹호하고 유지시킬 수밖에 없는지를 밝힘으로써, 설명과 비판에 기반한 사회과학이 가진 전복적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로이 바스카의 『비판적 실재론과 해방의 사회과학』은 실증주의를 비롯한 경험주의적 방법론에 대한 비판 외에도, 영미 사회과학 방법론의 핵심 이론가인 칼 포퍼와 프랑스 과학철학/인식론의 선구자인 가스통 바슐라르, 무정부주의적 방법론의 대표 주자인 폴 파이어아벤트를 상호 비교/검토한 뒤, 이를 비판적 실재론의 입장에서 비판함으로써, 오늘날 사회과학 방법론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현대 미국 실용주의 철학의 거장인 리차드 로티에 대한 비판적 검토 역시 오늘날 사회과학 방법론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