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 드디어 이놈의 '유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6권 시작할 땐 그나마 "그래 이기이원론에 대해 어떻게 적었나 보자"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역시나라고나 할까. 간신히 억지로 참고 읽었다. 다만 책 말미에 지은이 스스로 많은 부분이 중복되고 있음을 자백하고 있어 약간 화가 풀렸다.

먼저 이 소설 최고의 배덕은 소설의 주된 주제가 퇴계의 겸양임에도 불구하고 지은이의 엄청난 거만과 독단과 독설이다. 그는 소설 6권 전반에 걸쳐 한톨의 인용이나 참고문헌도 밝히지 않고 있다. 말미에 이 소설때문에 수십권의 책을 참고했음을 실토하고 있음에도 마치 그 많은 책들로부터 얻은 지식을 자신의 지식인 것처럼 오만방자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의 각종 교리와 데카르트 철학, 기독교 경전을 자기 마음대로 유교의 각종 이념들과 엮어내고 동일시하면서도 이에 대한 출처나 참고서적 한번 언급하지 않고 마치 진실인 것처럼 농단하는 것은 또다른 문화적 독선이자 독재이며 오만이다. 자신의 문단에서의 지위를 이용한 권력의 남용이다. 한마디로 몹쓸 놈이고 몹쓸 책이다.

보통 퇴계나 율곡, 공자나 맹자 등과 같은 철학자, 사상가들의 생애를 다루는 소설은 온전히 그들의 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거나 그들의 사상에 초점을 맞출 때에는 그들의 사상적 전개와 고비의 변곡점들을 그들의 생애와 연결시키며 생각할 기회를 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인호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공자와 맹자, 주자, 그리고 퇴계와 율곡을 서술함에 있어 온전히 사적인 에피소드와 그들의 사상을 분리해서 전개하고 있다. 퇴계의 경우가 특히 심한데 두향과의 러브스토리가 거의 책 한권 반에 해당함에도 도대체 두향과의 만남이 어떻게 퇴계의 사상적 전개 또는 사상적 변곡점이 되었는지 일언반구도 없다. 굳이 의미부여를 해봐야 퇴계와 같은 도학자도 다늙어빠져서도 10대 어린 기생하고 운우지정을 나누었고, 그 10대 기생은 평생 퇴계를 기리며 수절했다 정도일 것이다. 정말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을 대비했다고 생각할 밖의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가령 퇴계의 매화에 대한 사랑역시 이것이 퇴계의 평소 어떠한 신념을 표상한다거나 하는 연결점 없이 책 반권 분량을 쓰고 또 쓰고있다. 정말 지겨운 소설이다.

스스로 자백하였지만 퇴계가 어렸을 때 理에 대해 질의하고 궁구하여 깨달음을 얻는 장면은 대충 기억나는 것만 5번은 거의 글자도 틀리지 않고 되풀이된다. 이러한 되풀이가 각각의 인물마다 대여섯개씩 다섯번씩 되풀이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거의 책 2권분량은 중언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거의 2권값은 공으로 번 셈이다.

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면서도 1권부터 5권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했다. 사실 챌 6권이 모두 이 모양이지만 이번에는 최소한으로 그 실체를 지적하고자 한다.

p110 ~ p111

「신역성경에서는 '한 처음'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옛 성경에서는 이를 '태초(太初)'라고 명기하고 있는데, 이는 성리학에 있어 '태극'사상과 흡사한 개념인 것이다.」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같은 분이셨다.'

성리학의 실질적인 완성자라 할 수 있는 주자는 요한이 말하였던 '한 처음에 있었던 말씀'을 '이(理)'로 보고 있었다.」

「그러므로 주자의 우주관은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理가 있었다'로 결론이 내려진 것이며, 이러한 주자학, 즉 주자의 사상은 해동의 이퇴계에 의해서 매듭지어진 것이었다.」

성경의 '태초'와 '태극'이 한자의 유사성만으로 흡사한 개념이라니.. 여기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앞부분에서도 이부분은 되풀이되는데 사실 성경과 비교하려면 그 원저, 즉 영어와 비교했어야 옳다. 저자는 순전히 번역본에 기초해서 그 유사성을 논하고 있는데, 애초에 번역이라는 작업은 영어성경을 우리가 이해하기 쉽도록 우리의 문화에 있는 개념중에 유사한 개념을 이용해 번역하게 된다. 따라서 번역본의 단어를 이용해서 유사성을 논하는 것은 정말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번역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도 없는 것이다. 성경의 문구와 주자의 理를 멋대로 융합시킨 것은 농담의 극치라 할 수 있다. 나는 최소한 이러한 결론을 내리게 된 논리적 전개나 참고문헌 등에 대한 언급은 기본이 아닌가 한다.

두번째 글에서도 어떠한 이유나 논리적 근거도 없이 '한 처음에 있었던 말씀'과 '이(理)'를 같은 것으로 단정한다. 정말 웃긴다.

세번째 글도 마찬가지인데 이퇴계의 어떠한 사상이 주자의 사상을 매듭지었는지에 대해서는 티끌만큼도 언급하지 않고 매듭지어졌다고 단정한다. ㅎㅎ 자기 마음이지만..

p112

「천지를 창조한 하느님이라는 유일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오직 기독교뿐인 것이다.

이러한 태극사상이 우리나라 국기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아이러니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영효에 의해서 결정된 이 태극기는 그 경위가 어떻든 한민족의 정신 속에 깊이 뿌리내린 유교적 우주관의 결정체라고 말 할 수 있음인 것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종교가 있는데 그 중에 유일신은 기독교뿐이라고 단정하는가. 하하 사실 기독교는 유일신 종교가 아닌데 그것도 모르다니. 성경의 구절에 따르면 야훼는 늘 백성에게 강요한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나 이외의 신을 섬기지 말라.'이다. 세상에 오직 자신외에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왜 이런 부탁을 하겠는가. 그래서 기독교는 기실 유일신앙이 아니다. 비단 기독교 외에도 유일신 종교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면 증거를 대거나.

태극사상이 우리 국기에 나타나는게 아이러니컬한 건지도 정말 웃긴다. 아이러니컬하다면 도대체 뭐가 예상외의 전개인가. 스스로 뒷부분에 태극문양이 우리 고유문양일 가능성이 높음을 얘기하면서도 아이러니컬하다니. 태극사상은 온전히 중국 것인데 그 핵심인 태극이 이 조그만 나라의 국기에 채용된게 아이러니인가.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글을 쓰는 걸까? 뭐 정통역사로서 기술되고 있지는 않지만 산동반도와 요동에 상당기간 고구려와 백제의 권역이라는 증거가 속속 증명되고, 그 지방 출신 인물들이 결코 우리와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는데도. 또한 중국이라는 나라가 사실 고구려 계통의 몽고, 여진족에 의해 수차례 지배된 나라임을 상기한다면 사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영토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상과 문화, 그리고 역사 자체일 수도 있는데.. 물론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p168

「이것이 또한 제가 태양인이라는 증거일 것입니다.

태양인.

주자 자신이 고백하였듯 주자는 사상체질로 용맹스럽고 적극적이며 남성다운 성격이지만 독선에 빠지기 쉬운 태양인이었던 것이다.」

이 구절은 정말 궁금한 점이 많은 구절인데 그 원전을 정말 보고싶다. 내가 알기로 사상체질은 이제마에 의해서 구체화된 학설인데 주자시절에 태양인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있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태양인이 조선후기의 이제마가 주창한 사상의학에 처음 나온 개념이 아니라니. 제발 지은이가 이를 증명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p186

「여기에서 이성에 의한 감정지배에는 도덕적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실천이성'인 것이다.

퇴계의 이기론은 바로 이러한 데카르트의 실천이성론과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이다.」

ㅎㅎ 후~ 실천이성이라 내가 알기로 실천이성과 순수이성은 칸트철학의 핵심개념인데 데카르트라니... 실천이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순수이성과의 관계 설정이 기본이 되어야 할텐데 뜬금없이 툭 튀어나와서 퇴계의 이기론이 칸트도 아니고 데카르트의 실천이성론과 정확히 일치한다니.. 정말 용감하지 아니한가. 칸트의 순수이성이나 실천이성은 대충 알기에도 인식론이 그 기본으로서 결코 주자나 퇴계가 얘기하는 이기론과는 그 차원이 다른 것 아닌가. 정말 욕하고 싶다. 그저 유사하다고만 썼어도 참아줬을 텐데 '정확하게' 일치한단다.

p239

「죽기 직전 자신의 머리맡을 지키던 매분에게 물을 주라는 퇴계의 유언은 참으로 으미심장하다.

생전에 그토록 상사하던 매분이었으므로 살아 있는 모든 생명에게 물을 주라는 퇴계의 유언은 이 세상에 모든 삼라만상이 너와 나의 대립관계가 아니라 둘이 아닌 하나라는 상생의 철학을 의미하고 있는 심오한 최후설인 것이다.

이러한 참군자 최후설은 세기의 철인이었던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유언을 떠올리게 한다.」

정말 의미심장할 것도 많다. 그저 자신이 아끼는 매분에 물을 주라는 당부를 한 것 가지고 세기의 철인 소크라테스 어쩌구 하는 것도 웃기고, 그 유언가 연결시키려는 억지주장도 가증스럽다. 그가 인용하는 소크라테스의 최후 유언이라는 것이 '이보게 크리톤. 아스클레오피스에게 닭 한마리를 빚졌다네. 자네가 잊지 말고 기억했다가 나 대신 갚아주시게나."이다. 뭐가 어디 연관성이 있단 말인가. 오히려 퇴계가 남긴 유언 중에 자신이 빌린 책들을 돌려주도록 당부한 유언과 같은 것이 아닌가. 물론 아스클레오피스가 그리스의 의신이고 이 말이 결국 의신의 제단에 제물을 바쳐달라는 뜻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 사람은 머리에 뇌가 들었을까? 두향은 그저 한낱 기생에 불과할 뿐 그의 사상을 억지로 연결시키는 것도 분에 넘치는데 이를 소크라테스의 유언에까지 억지로 붙이기는... 쯧쯧.. 물 주라는 말 하나 놓고 삼라만상이 둘이 하나라는 상생의 철학이라니.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어디서 이런 결론을 얻었는지 다시 되묻고 싶다. 내가 머리가 나쁜건가.

일단 여기서 그만하기로 하자. 위의 오류들은 1권부터 6권가지 수백번도(과장법임) 더 되풀이되고 있음을 명확히 밝혀두며 똑같은 절도 수백번(과장) 반복해서 쓰고 있다. 아마 그런것 다 줄이면 네권짜리도 나오기 힘들 것이고, 오히려 참고문헌과 인용어구를 다는 것이 양심적일 것이다. 사실 각각의 글이 한 문장 안에서도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부지기수로 과장없이 수백번, 아니 수천번 되풀이되고 있어 이사람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하나라는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더 챙피한건 이 사람이 나와 같은 학교를 나왔고 모교를 빛낸 선배라는 사실이고 보면 정말로 개탄스럽다. 학교 관계자들은 책 안읽어보고 그런거 정하나.

p37

강남일지춘 - 양자강 남쪽에 있는 강남에서 매화나무의 가지 하나를 멀리 있는 친구에게 보낸다는 뜻

p57, p66

정화수 - 해 뜨기 전에 처음으로 길어온 물. 물의 성질이 平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어 물의 으뜸이라고 함. 입냄새를 없에주고, 얼굴빛을 좋게 하며, 눈에 생긴 군살을 없애줌.

추로수 - 가을철에 이슬을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받은 것. 소갈증을 낫게 하고, 몸을 가볍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함.

지장수 - 석자쯤 판 양질의 황토흙에서 나오는 물을 골고루 저은 후 가라앉힌 맑은 물. 독버섯이나 중금속에 중독된 것을 풀어주는 해독제로 황토수라고도 불리움.

p116

대학의 팔조목

격물(格物) - 치지(致知) - 성의(誠意) - 정심(正心) - 수신(修身) - 제가(齊家) - 치국(治國) - 평천하(平天下)

격물에서 수신까지를 명명덕, 즉 천부의 밝은 덕을 밝히는 방법

제가에서 평천하까지를 신민, 즉 백성을 새롭헤 하는 방법

p118

주자 성즉리

육구연 심즉리

p123

불교 심즉불

p171

사단

인 - 측은지심

의 - 수오지심

예 - 사양지심

지 - 시비지심

p177

칠정 - 예기

기쁜(喜), 분노(怒), 슬픔(哀), 두려움(懼), 좋아함(愛), 미워함(惡), 욕망(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