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 사이 내 인생의 솔푸드
소설가이자 산문작가인 성석제가 일곱 번째 산문집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를 들고 돌아왔다. 산문으로는 2011년 《칼과 황홀》이 나온 뒤 4년만이다. “글쓰기는 살았던 시간을 남기는 방법이다.” 작가의 말처럼 누에를 키워 실을 잣던 고향 집의 어린 시절 풍경부터 이십 대 대학 시절 어쩌면 작가로서의 길을 들어서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을 기형도 시인과의 에피소드, 세상의 끝처럼 아무런 꾸밈없고 가차 없고 무정한 느낌이 들었던 남반구 칠레의 토레스델파이네 계곡에서의 느낌까지 자신의 존재를 이루었던 특별한 시간들을 정밀하게 묘사한다.
전작 《칼과 황홀》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의 음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남다르다. 이번 산문에서도 음식에 얽힌 소재가 적지 않다. 서울 출신 사람들만 알음알음으로 살며시 다닌다는 음식점들, 천국의 다른 이름이라고 부를 정도인 단골집, 음식점 이름에 왜 어머니 할머니 등 여성의 이름을 많이 쓰는지에 대한 고찰, 바닷가 모래알처럼 원조가 많은 시절 진짜 원조의 맛의 비밀은 무엇인지, 그리고 고향의 황홀한 맛까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작가만의 음식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다.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는 〈성석제의 사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한겨레 ESC〉에 연재한 글과 작가가 틈틈이 써놓았던 에세이들을 한 데 묶어 보강했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공지영 지음)에 그림으로 슬며시 웃음 짓게 하는 독특한 화풍을 선보인 적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민혜 씨의 그림으로 책의 깊이와 재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