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적인 만남은 그 당사자들의 인생을 바꾼다. 그리고 때로는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바꾼다. 옛 선비들의 말로는 어진 임금과 훌륭한 신하가 만날 때 태평성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만남, 용렬한 임금과 간사한 신하의 만남은 크나큰 불행을 가져온다.
따라서 충신을 세우고 간신을 내치는 일이 정치요, 요체라고 하지만 그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간신은 겉보기로는 온화하고 청렴하며, 누구보다도 충성스러워 보이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여 일단 임금의 총애를 얻은 그들은 차차 사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임금과 충신들을 해치고, 끝내는 국가와 민족마저 위험에 빠트리는 것을 역사 속에서 자주 보아왔다.
이 책은 전통사회에서의 간신에 초점을 두고 씌어졌다. 전통사회에서 간신이라 불리던 사람들에 주목해서 대상을 선정하여 간신의 개념이 현대에도 응용될 수 있고, 어떤 교훈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승 신돈”, “모사꾼 남곤”, “겁쟁이 원균” 등의 이름이 과연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이었는지 집요하게 추적하여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져 온 역사 상식 중에 잘못된 것들이 많음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