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의 시대는 인간의 경험, 감각마저 불신의 영역에 속하게 된 의심의 시대였다. 데카르트는 특히 모든 것을 철저하게 회의한 사람이었다. 환멸의 상처를 품고 성숙한 근대인들 가운데 데카르트가 이루어 낸 선구적 업적은 그가 이 환멸을 인간의 조건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밀고 나갔다는 점, 그리고 인간이 입은 이 우주론적 모욕을 오히려 명실상부한 인간의 시대를 여는 계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데카르트의 첫 저작인 『방법서설』을 비롯하여 『성찰』『세계 및 빛에 대한 논고』등을 고루고루 건드리며 데카르트가 걸어간 과정의 요점들을 날카롭게 끄집어 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대를 사는 현대인 또한, 경험과 감각을 중시했던 중세 사람들처럼 맹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기계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