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있는 풍경, 길 위에서의 작가 정태규 창작집. 단편소설 8편과 콩트 6편을 묶은 편지는 작품 한편 한편이 지닌 개성과 싱싱한 생명력을 통해 루게릭과의 사투에 굴하지 않는 작가의 뜨거운 창작혼을 드러내고 있다.
표제작 '편지'는 어문연구소 연구원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한 여자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400여 년 전의 또 다른 부부를 병치하는 구성이 백미다. 발굴팀에서 일하는 친구의 부탁으로 조선시대의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를 해독하게 된 여자는 임진왜란의 불길 속에서 스러져간 어느 지아비와 지어미의 절절한 사연을 읽으며 자신이 품고 있었던 짙은 그리움을 자연스럽게 상기하는데,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인간의 공통적 희노애락이 잘 드러난다.
또한 이 작품의 뒤를 잇는 소설 '3일간'은 부부가 서신을 주고받은 임진왜란 발발 당시를 배경으로 한 정통 사극으로서 전란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한 무인의 충심과 아내를 향한 애틋함을 단단한 문장으로 써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