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고 고독한 삶에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낮고 고요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박형준 시인의 산문집. 삶의 갈피를 더듬어 섬세한 작품을 써온 시인의 감수성이 산문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어려운 지난날을 회상하며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말하는 대목은 절절하고, 고향과 가족, 죽은 친구에 대한 사랑과 연민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자신의 시론뿐만 아니라 여러 시인들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시와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고 있어서 독자가 쉽고 편하게 시에 다가가도록 도와준다. 시인들의 숨겨진 일상과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인터뷰나 젊은 시단의 산문화 경향과 상상력 부족을 비판하는 대목은 여느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소중한 글들이다. 배고파서 밥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에 허기져서 살아가고 시를 쓴다는 시인의 고백은 시를 사랑하는 독자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